(前)사는 이야기

이른 첫눈

오키Oki 2005. 12. 4. 23:43

 

첫 눈 오면 뭘할까?

미처 생각도 하기전에 새벽에 첫눈이 내렸다.

새벽 3시쯤 조용하게 비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어느새 눈으로 바뀌었는지 새하얀 눈이

소복히 쌓이는걸 시샘하듯 또 비가 내리다가 그쳤다.

 

각시야~~

날씨가 안좋아서 너거 서방 혼자 댕겨올께~~

낼부터 애들 기말고사니 잘 챙겨 먹이고 있거래이~~

 

녹차아저씨가 새벽 6시에

고향집에 다녀온다고 나설때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창에 새하얀눈이 눈부시게 들어오니

그동안 망설였던 말

큰맘 먹고 전화기를 들었다.

 

아버님 생신축하드립니다.

그리고예~~

 

떨리는 목소리가 전화줄을 타고 흘러갔다.

 

아버님 사랑합니다.

 

그동안 쑥스러워 입밖으로 나오지못한 말을 뱉고 보니

올해 유난히도 일찍 내린 첫눈이 그렇게 고마울수 없다.

 

남편이 울산에서 직장생활할땐 고향집에 자주 내려가다가

귀농한후론 자주 부모님을 찾아뵙기가 힘들어졌다.

 

몇년전 시아버님의 섭섭한 말씀도 생각난다.

귀농정착하느라 빠듯한 살림에 농사짓고 사느라

명절이라 찾아 뵈었더니

내가 있으니까(땅) 오제~~

 

그뒤부턴

한번 내려가도 우리부부의 마음은 불편했었다.

 

고향갔다 온 녹차아저씨는 눈을 몰고와서 밤에 또 내린다.

뜬금없는 전화줄의 사랑고백에

각시야~~

아부한다고 오해하면 우짤라꼬 그랬노~~

그래도 지는 괘안심더~~

 

잘 웃고

크게 웃으면 죽을때도 웃으면서 죽는다고 하는데

이왕 한세상 살바엔 우리 웃으면서 살아봅시더~~

 


 

 

 

기분좋은 마음으로 디카에 담느라 차가운날씨에 손시러운것도 잊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