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는 이야기

소일거리가 있는 날

오키Oki 2005. 11. 12. 19:42

 

11일 새벽 2시 빗소리를 듣고서 잠이 들었다.

학교가기전 딸들은 빼빼로데이라며 책상위에 놓고 간다.

 

11월 11일은 농민의 날인데

##제과회사의 상업성에 우리아이들도 물이 들었다.

친구들과 하루동안 과자를 나눠 먹는데 말릴수도 없다.

이런날까지 얻어먹기만 하라고 할수는 없의니까.

 

 

 

 

굵게 내리던 비가 아침부터 조심스럽게 내린다.

가을비치곤 포근하여 봄비같은 느낌이다.

 

앞뒷산 모두 오전내내 안개가 걸렸다.  

 

 

 

밖에는 소리없는 가을비가 내리고

방안에 앉아 콩을 어루만진다.

손바닥에서 하나하나 거쳐간 콩들이라고 다 좋은것은 아니다.

좋은 콩만 골라 겨울엔 메주를 쑤울 계획이다.

 

손바닥에 올려진 콩들을 쳐다보면

작은알갱이 콩이 탄생하기까지의 필름이 스쳐 지나간다.

콩심기, 새지키기의 애태우던 순간,

콩잎따던 즐거움, 여름휴가때 풀뽑기,

콩베기, 가을볕에 말리기, 콩타작등

콩알하나 버리기 아까울정도로 귀하디귀하다.

 

한말이상 나와서 두부도 한번 만들어 먹어볼 계획이다.  

 

 

 

바람소리에 부벼대던 느티나무잎은 다 떨어지고

상수리나무는 가을옷으로 갈아 입었다.

 

 

 

나는 집안에서 날짜 정해놓고 물주어 키우는 화분이나 꽃보다

그냥 혼자서 절로절로 잘 커는 나무와 꽃들이 더 좋고 편안하다.

 

 

 

눈요기하라고 하나남은 감엔 새들도 먹지 않는다.

 

 

 

비내리는 날에도 사진을 찍을수 있는

 여유를 즐길수 있는 자유가 있어 좋다.

 

 

 

날씨가 포근해서 쑥들도 자라고 있다.

 

 

 

올해는 누런호박을 적게 거둬들여 그대신 겉푸르고 속붉은

푸른호박덩이를 오신 지인들에게 나눠주었다.

 

 

 

몇년전까지 우리집뒤 이웃집의 논들은 벼농사를 하고 있었다.

벼농사가 수지가 맞질 않아서 전부 녹차밭으로 탈바꿈이 되어

현재 우리마을은 가을에 누렇게 고개숙인벼들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들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녹차물부터 찾는다.

과자를 많이 먹은날은 감기에 걸린다는걸 잘 알기에 미리 예방하는데

엄마, 아빠가 대신 아파줄수도 없으니까 건강은 알아서 챙기도록 한다.

 

우리가 이렇게 살면 오래살려고... 묻는이가 많다.

천만에!!!

 

이세상에 태어난 이상 사람은 한번 죽게 마련이다.

오래살기보다는 사는 동안 옆사람에게 폐안끼치고

편안하게 죽는 방법을 알기에 실천하는 것뿐이다.

입의 달콤한 유혹에 힙쓸리지 말고

우리의 몸이 좋아하는것을 좋아해야 한다.

 

며칠전 이웃어른 아저씨가 돌아가셨다.

대장암으로 6년을 고생하셨는데

새집 짓고 이사들어 며칠간 주무시고

돌아가셔서 여한이나 없으셨으면 좋겠다.

 

농촌사람들이 암에 걸려서 돌아가시면 으아해 한다.

농촌도 예전과 달라서 손수 다 가꿔 먹기보다

편안하게 부식차를 많이 이용한다.

우리마을도 마을회관앞에 매일같이 부식차가 오는데

나는 한번도 사러 나가질 않았다.

 

귀농 한해만 빼고

두부한모 몇년이 지나도록 사서 먹질 않아서

하루는 우리마당까지 부식차가 들어오길래

모른척하고 나가질 않았더니 그뒤론 올라오질 않았다.

 

손님이 오셔도 찌개에 두부가 없으면 어떠랴~~

오늘은 무슨반찬으로 하루를 여는 골치거리가 없는 삶이 나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