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는 이야기

가을산을 푸는 재미

오키Oki 2005. 10. 6. 01:20

 

강원도엔 첫서리가 내렸다고 한다.

이곳도 아침에 기온이 뚝 떨어져 손이 곱다고 느꼈다.

 

오늘도 산속에선 매미소리가 들렸는데...

매미가 계절감각을 잊어 버렸는지 모르겠다.

 

요즘은 날씨가 좋으면 작은산으로 간다.

작은산에 있는 돌배가 떨어지기전에 술담그자고 몽땅 땄다.

 

 

 

 

 

올가을은 이 작은산에도 풀걷어 주러 왔다.

봄에 풀걷어 주더니 가을에도 풀걷어 준다고 웬일인가 한다.

 

 

작년까지 녹차씨를 이산에는 따지 않았다.

산두곳을 전부 풀베기가 만만치 않아서

이곳은 하루정도 작업만 하고 말았는데

올해는 이산에서도 녹차씨를 따야겠기에 풀을 걷어야 한다.

 

여름내내 긴풀에 치여 차나무가 보이지 않아

녹차아저씨 혼자서 풀걷기가 힘이들어서 지원하러 왔다.

 

각시야~~

이모습에 처음엔 어떻게 휴~~ 하지만

농땡이만 안부리면 다 해결되는기라.

 

 

 

 

 

각시야~~

내가 길 터줄테니 니는 풀좀 모다주라.

 

 

 

 

 

이산에도 단감은 하나도 남김없이 몽땅 떨어졌고

몇그루 있던 홍시감도 거의 다 떨어졌는데

우리산 중턱에 붉은 색깔이 눈에 띄어 반갑다.

 

 

 

 

 

작은산에는 대나무가 많다.

큰산에는 차나무사이에 조릿대가 많은데

이곳에는 왕대가 차나무사이 틀어박혀

예취기가 들어가지 못하고 톱으로 잘라 줘야한다.

 

 

 

 

 

톱질하려다 보니 빈새집도 떨어져 있다.

내얼굴도 가을볕에 감홍시처럼 붉어지면 몸은 땀으로 젖어진다.

 

 

 

 

 

각시야~~

농땡이 안치고 일하다보니 여기까지 올라왔다아이가.

니도 농땡이 치지 말거래이.

나중에 비타민C 보급하자.

 

 

 

 

 

화개의 산들은 바위가 많은데 우리산들도 바위가 많다.

차나무가 바위와 어우러져 자라는데 예취기작업이 굉장히 위험하다.

화개에서 예취기작업 임금이 센것도 바위가 많아 위험하기 때문이다.

남에게 맡기는 대신 위험을 감수하고 녹차아저씨가 손수 다한다.

 

오늘은 각시가 도와주니 힘이 팍팍 나네.

 

 

 

 

 

얽힌 실을 푸는것처럼

우리산도 풀어야 한다.

차나무에 고사리, 칡넝쿨, 대나무등 엉키고 설켜서

고를 하나씩 푸는것처럼 조심스럽게 풀어야 한다.

 

 

 

 

 

시간이 지나니 풀리지 않을것 같은 우리산이 조금씩 풀어졌다.

 

 

 

 

 

각시야~~

이제 그만 나온나.

 

예취기 작업이 먼저 끝난 녹차아저씨가 부르는데

좋은예감이 든다.

 

 

 

 

 

감홍시는 이렇게 똥구멍을 빼고 먹으면

많이 먹어도 변비걱정 안해도 되는기라.

 

 

 

 

 

녹차아저씨가 앉은 은행나무는 숫나무이다.

숫나무를 사이에 두고 좌우 20M 근방으로 암나무가 두그루 있다.

숫나무가 있어야 암나무에 은행이 열린다.

 

 

 

 

 

각시야~~

산에 오니 얼매나 좋노~~

 

남들은 일부러 등산이다 뭐다캐서 다니지만
(요즘 실직자가 많아서 국립공원에는 도토리를 몽땅

다 주워가는 바람에 다람쥐가 먹을게 없다고 한다)

 

일도하고 헬스도 하고 비타민도 보급하고

오늘은 돌배도 따가니 룰루랄라~~~

잘 정돈된 차밭보다 엉성한 차밭이 우리의 기쁨이다.

 

 

 

 

 

위의 사진들은 월요일에 있었던 일이다.

화요일 이른 새벽부터 비가 와서

산에 두고온 예취기가 걱정도 되었지만

수요일은 흐린 날씨로 큰산에 늦밤을 주으러 갔다.

 

벌레먹은 것은 말려 밤살하고

괜찮은 것은 모래에 묻어 놓고

겨울날 아궁이불에 군밤으로 구워 먹을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