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의 노래

큰비 피해 없음에 감사

오키Oki 2020. 8. 8. 18:29

집중호우를 퍼붓는 장맛비였다.

뒷마당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수챗구멍을 막지 못하게

자주 내다보며 치워줘야 해서

밤중에 집중호우가 내리면

도키는 더 긴장한다.

개울에서 큰 소리가 들려오면

플래시를 들고 가

개울물 수위도 살펴야 한다.

어젯밤에도 천둥을 동반한 장대비가 내렸다.

긴 장마에 이미 많은 화개동천의 물과

섬진강에 물이 흘러가는데

집중호우로 다시 화개동천이 불어나고

섬진강이 불어나 화개장터가 침수되었다.

운행을 자제해달라고 사이렌 소리와

안내방송이 자주 나왔다.

화개동천의 물소리가 앞마당에서도 들린다.

태풍 피해도 아니고 장맛비에 화개장터가

잠길 줄은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장대비는 오늘도 계속되어

상류 계곡물부터 쉽게 빠질 줄을 모른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잠깐 비가 그쳐 다행이다.

 

 

한밤중 한시 반쯤 멧돼지가 들어와서 서로 싸우는지

꽥꽥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어 도키를 흔들어 깨웠다.

멧돼지 소리가 나니 밖에 한번 나가보라고.

나는 영화 보고 자느라 늦게 잠이 들었는데

눈이 잘 안 뜨지고 그냥 누워서 들으니

빗줄기 소리가 굵다.

아이쿠!

멧돼지가 수챗구멍 뚫어주라고 깨웠구나.

좋게 생각했다.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해

바람에 날린 나뭇잎이 수챗구멍을

막아 다시 뚫어놓고 들어와선

어제 뚫린 철망을 단단히 막았는데

어디로 들어왔는지...

오죽하면 장대비를 맞으며 내려왔을까?

설사를 하면서까지 먹겠다는데

그래 실컷 먹고 가라!

오후 비가 좀 그쳤을 때 둘러봤다.

어디로 들어왔는지는 모르겠고

얼마나 먹고 갔는지...

 

이곳은 호박 씨앗은 받도록 해야지

욕심을 냈지만 어젯밤에 하나도 성한 게 없다.

 

여리다고 살짝 건드리고 말았는데

여린 것은 설사에 직방이란 걸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