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Oki 2016. 8. 11. 18:45

어제는 한여름동안 바깥 출입을 안하다가

 3주 만에 읍내 도서관에 다녀왔다.

평일이여서 그런지

마을아래부터 화개천에서 노는 피서객들을

창밖을 뚫어져라 쳐다봐도 보이질 않았다.

너무 더운 탓일까?

아님 대기업의 휴가가 끝나서...

귀촌, 귀농자들이 늘어나면서

카페도 많아졌

펜션도 많아졌는데

예전에는 여름 한 철 민박손님만 받아도

일년 먹고 산다고 그랬는데 

이젠 옛말이 된 것인가?




초딩이였던 딸들과 함께


화개골에 귀농하여

집짓기까지 7년 동안은

당장 살 곳이 마땅찮아

민박용 방을 얻어 살았는데 

방과 부엌이 같은 공간에 있다보니

여름엔 어찌나 덥던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더워지는 느낌이다.

집안 보다는 바깥이 더 시원하니까

밖에서 노느라 다들 깜상이 되었당.ㅋㅋ




2002년 초딩5, 중딩1 딸들과의 뜨거운 여름의 한나절 풍경


2000년에 터를 닦아 어수선하였지만

우리식구도 여기서 놀고

비좁은 셋집으로 놀러 오시는 손님들도

이곳으로 모셔와서 같이 놀고

집에서 선풍기 틀어놓고 지내면

주인집에 눈치도 보이고

밭일도 하면서 눈치 안보고 쉬는 곳으로 참 좋았다.




그당시엔 이렇게까지 변하게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오랜세월동안 부엽토와 흙더미에 숨겨졌다가

 2000년에 부엽토를 박박 긁어 밭으로 보내면서

모습을 다 드러낸 집채 만한 큰바위를 중심으

쉴 공간을 만들었는데

특히 여름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봄에는 차농사를 짓고

가을에는 알밤을 줏어가면서

하나 완성해 놓고

너무 좋아라!

 하던 때가 엊그제다.ㅎㅎ




비염있는 사람은 복숭아 잎사귀를 비벼 돌돌 말아

코속에 넣으면 시원하다고 한다.


이젠 숲이 되어

개(돌)복숭나무 속에 가만히 있어도

복숭아 잎에서 풍기는 냄새가

막힌 콧구멍을 뻥뻥 뚫어준다.




돌과 흙을 만지면서 연방 흘리는 땀에

곧장 더러워지는 작업복은 바로 근처에서...



 장마가 비를 적게 뿌려

무더위에다 가물어서

요샌 

물이 줄어 들고있다.



저녁에는 찬물 한 바가지를 팍팍 끼얹으면

더위를 물리치기에 최고인 것 같다.

에어컨 없이 살기에

시원한 계곡물이 가까이 있어

고맙고 또 고맙다.




"하는 일도 도와주면서

날마다 벗어내는 작업복과

하얀 속옷은 흙물 들여도 

불평없이

깨끗이 빨아주니 참 고마웠지~~"

이젠 여름이면

백일홍도 피어주니

그동안 흘린 땀방울에 보상받는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더운 여름날에

그동안 어떻게 다 해냈는지...




매미울음소리 우렁차고

새소리, 바람소리, 풀벌레소리에

 두 귀를 열어두면

시간은 저절로 지나간다.











가물어서 물을 대어주고

뒤늦게야 열리는 채소들이다.

밤이면 노루는 매일 다녀가고

멧돼지도 심심찮게 나타나서

먹을게 없자 지렁이를 찾느라

차밭을 마구 파헤쳐 놓고 간다.

단촐하게

풋고추 20주, 가지 5주를 사서 심었고

호박, 오이, 박은 씨를 뿌려 키운다.












녹차밭에서 더불어 자란다.




그래도 심다보면 욕심이 생기는데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데는 

몇 년을 노력해야 했다.

텃밭에 가짓수가 많으면

거두어서 다듬고 준비하는데

각시만 힘들다며

일손 덜 가는 것만 심어

적으면 적은 대로 먹으면

뱃속도 편하고 좋다며

그게 각시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듬직한 큰바위가 하트바위로 보이기까지 시간이 걸리듯이 말이다. ㅋㅋ





































로마시대 직업인 검투사들이 경기장에서 싸워 크게 상처를 입으면

3개월 동안 채식으로 뭄을 회복시키고 다시 경기장에 나선다고 했단다.

마찬가지로

울부부가 이렇게 만든 공간들은

배가 부르면 부딪껴서

힘든 일을 더 못하게 되어

점심, 저녁 하루 두끼의

소박한 식사를 하며

다 이룬 것들이여서

사람의 힘은

각자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본다.

먹는 것도 그렇고

지독하게 같이 따라주는 각시가 있어

내가 사는 곳이 별천지라네.



2016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