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이 가볍게
각시아! 추석도 코앞으로 다가오고
열무 한번 솎아 줄테니 김치 담그어줄래?
23일 어제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추분이다.
해가 얼굴을 내밀려고 시도를 하다가
날씨가 흐린 탓에 해가 결국은 얼굴을 내밀지 못했다.
추분이 지나면 밤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가을볕에 채소를 말리기에도 좋은 계절이 된다.
다른 곳의 사정은 어떠한지 몰라도
올해는 집주변에 말벌이 집을 짓질 않아서
해마다 많았던 말벌도 어디로 다 갔는지 궁금하다.
노루는 빈틈이 조금만 있어도 헤집고
파고 들어오는 성질때문에
보기는 흉해도 어쩔 수 없이 울타리를 쳤다.
그래도 어디서 들어올지 몰라서
눈만 뜨면 확인하러 간다.
비가 올 것 같다며 이슬이 묻은 채 솎는다.
각시야! 이것 하나도 안 무겁다.
짐은 무겁지만, 사랑에는 무게가 없다
거미줄처럼 엉켜 있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짊어져야 하는 무거운 짐과 책임을 원망하며 살아간다. 언제 태어났든 사람들은 각자의 짐에 눌려 가쁜 숨을 토해낸다. 원인은 바로 짐 싸는 법을 잘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힌두교 신자가 히말라야 산에 있는 성전으로 가고 있었다. 갈 길은 먼데 산길은 아주 험했고 공기도 희박했다. 비록 짐은 작았지만 발걸음을 내딛기 어려울 정도로 숨이 찼다. 가다 쉬기를 반복하며 걸었지만 여전히 목적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눈앞에 열 살 남짓한 여자아이가 통통한 아기를 업은 채 걸어오는 게 보였다. 여자아이는 숨을 헐떡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온몸이 땀 범벅이 된 채로 아기를 업은 모습이 애처로워 보였다. 힌두교 신자는 여자아이 옆을 지나면서 안쓰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얘야, 정말 고생이 많구나. 무겁지 않니?"
여자아이가 대뜸 화를 내며 말했다.
"아저씨가 등에 매고 있는 짐은 무겁겠지만, 저는 하나도 무겁지 않아요! 얘는 제 동생인걸요."
그렇다. 저울로 재보면 여자아이의 동생이나 힌두교 신자의 짐이나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여자아이의 동생은 무겁지 않지만, 힌두교 신자의 짐은 무겁다. 여자아이에게 동생은 진심으로 사랑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무한한 관심과 세심한 보살핌을 필요로 하지만, 무게가 없고 부담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족이나 친구에 대한 부담감은 마음의 결핍된 애정에서 오는 것 아닐까?
작가 런칭쉬엔은 '인생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랑과 아름다움은 인생의 무게를 줄여줍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상대를 껴안아 들어올려보세요. 그리고 오십킬로그램짜리 바위를 들어보세요. 둘 중 무엇이 더 무겁게 느껴질까요? 바위가 사람보다 몇 배는 더 무겁게 느껴질 겁니다. 왜 그런지 아세요? 바위는 사랑하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죠. 이처럼 바위는 그자체의 무게로 느껴지지만, 사랑하는 사람은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이제는 봇짐을 바위가 아니라, 사랑, 가족, 우정 등 그리워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로 채워야 한다. 그랬을 때 좀 더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짐 속에 들어 있는 행복은 무게가 없기에 아무리 걸어도 지치지 않는다. 사랑을 맡았다는 것은 행운이다. 그러니 삶이 무겁게 느껴질 때마다 짐 속의 기쁨과 행복을 느껴보라. 발걸음이 가벼워질 것이다. -쑤수《멈추어야 할 때 나아가야 할 때 돌아봐야 할 때》中에서
솎아내는 일은 남편에게 맡기고
나는 손질해서 김치를 담그면 된다.
일 분담으로 손발을 척척 맞추면
서로 이래라 저래라 싸울일은 적어진다.
작은딸이 근무하는 부서의 현지인이
조장에서 공수해 왔다는 석류란다.
호랑이 직속상사도 안주고
고맙게도 혼자만 챙겨다준다며
몰래 숙소로 가져다 준 것인데
붉은 색 석류만 보다가 노란색이여서
덜 익은 것이 아닌지 물어보는데...
나도 노란색은 본적이 없어서
석류를 쪼개어 속살이 붉으면
익었으니 먹으면 된다고 했더니
"엄마, 속은 알이 꽉차고 빨갛게 잘 익었어요"
약을 안치면 빨리 홍시가 되어
감꼭지가 약해서 저절로 떨어진다.
여름에 더디게 열던 토종오이는
가을에 쑥쑥 잘 자란다.
방아꽃
새가 이웃의 대추를 물고와서
참나무에 앉아 먹다가 떨어트렸다.
우리에게 대추나무가 없다는 걸 알고
이 대추씨를 받아 심어 두라고.
그냥 씨앗만 떨어트리면 뭔지 잘 모를까봐
반쯤 먹다가ㅋㅋㅋ
대추가 우리하고 인연이 없는지
반쯤 먹은 대추는 또 다른 것의 먹이가 되었다.
줄콩에 꽃 피었다.
벚나무는 봄꽃이 일찍 피어서 단풍도 빨리들었다.
녹차씨앗
활짝 웃어주는 호박꽃
방문해주시는 여러님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한가위 내내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웃음꽃이 피어나는 행복한 나날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