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님을 기다리며...
기다리던 단비가 내려 주어 식물에 생기가 찾았다.
작은 텃새인 딱새는
여름이 되기 전에 두 번 알은 놓는다.
두 번째에 태어난 아기 딱새
첫 번째는 작은 벌집 속에서 키워 냈다.
두 번째는 돌복숭나무의 창고에서
올해는 아기 딱새들과 만나는 일도
요녀석으로 다 끝난 셈이다.
지난 가을부터 윗쪽 계곡에서
조금씩 씻겨 내려온 모래가 웅덩이의 절반을 차지했다.
겨울에는 토담에서 큰돌이 하나 툭 떨어져 앉아
어떻게 저걸 처리해야 하긴 하는데...
봄부터 남편의 고민이 시작되었지만
어깨 고장으로 여름까지 오게 되었다.
매실을 못 따게되어
그동안 남편의 어깨가 잘 쉬었는데
장맛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쌓인 모래도 아래로 씻겨 내려간다며
모래를 퍼내는 작업을 하자고 제안한다.
큰 돌도 아래쪽으로 옮겨 둑을 쌓고
모래는 아마 1톤을 퍼서 옮겼던 것 같은데
서너 사람이 들어가서
물놀이를 할 수 있는 풀장을 다시 만든 셈이다.
작은딸이 곧 중국에서
3개월만에 휴가를 받아 나오기에
집에서 물놀이하고 가라고 서둘렀는데
물놀이 개시 할 사람이 따로 정해졌는지ㅋㅋㅋ
지난 휴일 경북 고령에서 태평농사를 짓던
김인철씨가 10년만에 어머님을 모시고
부인과 대학생 1학년 동해와
중학생 1학년 다해가 놀러를 왔다.
다른 아이들 같으면 시시하다며
스마트폰이나 만지작거리며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다 갈 것인데
남매가 물놀이를 하고
큰 바위에 엎드려 몸을 뎁히고 또 물놀이하고
애들 엄마도 즐거워하며 사진을 찍어준다.
밤에 도착하여 근처에서 숙박을 하고
애들한테 녹차밭 구경을 시켜준다고
들렀다가 발목을 잡혀 한참을 놀다보니
모처럼 농사일 접고 나서신 할머니가
쌍계사등 다른 구경을 못하고 말았는데
맞벌이와 농사를 병행하느라
가족들이 함께 여행을 나서는게 쉽지 않았다며
화개 구경은 다음에
또 찾아올 구실을 만들어 놓은 셈이다.
서로가 구경보다 더 좋은 걸 배우고 함께 했다고.
시골에선 농사에만 전념하다보면
가깝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소홀해지기 쉽다.
이젠 바쁜 농사에도 시간을 내어
가까운 나의 가족 한테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어야 한다.
남는 것은 추억이란 기억뿐이니까.
남편과 나는 손님들에게도 당당하게 말한다.
우리의 가장 큰손님은 딸들이라고.
해마다 모래가 나올 것이기에
이곳에 모래를 쌓아서
모래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바짝 마른땅에 빗물이 좀 스며들자
여름 채소를 기르기위해 자리를 잡아주었다.
아빠의 머릿속은 작은딸이 좋아하는
호박쌈을 먹이려면...
이웃 아주머니가 이름은 모르겠다며
꽃은 이뻐다고하여
두 뿌리 가져다주어 봄에 옮겨 심었다.
3인용 돌쇼파
유월의 마지막날 잔뜩 흐린 날씨로 시작하는데
물을 많이 가둘 수 있게 작업에 들어간 남편
혼자 끙끙대며
박힌 돌 빼내고
비둘기도 응원하러 날아오니
흘린 땀도 식힐 겸
차로 수분을 보충하고
이제 나도 옷갈아 입고
남편을 도와주러 가야 할 때다.
큰 돌 하나를 가지고
두 시간 넘게 씨름한 끝에
큰 돌은 큰 빗물에도
떠내려가지 못하게 해 놓았다.
비를 맞아가며 흙탕물속에서
옷이 다 젖어도 기분 좋은 날이다.
작은딸이 튜브타고 놀 생각하면
고생은 기쁨이 된다.
올해도 절반을 다 보내고
남은 절반인 칠월이 시작되었다.
장맛비와 뜨거운 태양이 있고
여름 채소가 있고
설레임 가득한 여름 휴가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