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는 이야기

생은 그 자체로 행복한 것이다

오키Oki 2014. 11. 24. 18:01

11월의 마지막 주는

새벽부터 내리는 비로 시작한다.

비오는 날은 농부의 휴식 날인데

오십대의 부부로 겨울을 맞이하게 되니까

남편은 불편을 감수하고 기꺼이 군불을 넣어준다.

 

 

 

 

시골의사 박경철의 청소년을 위한 자기혁명에서

 

자기혁명이란 그리 대단한 게 아니다.

익숙함을 버릴 줄 아는 용기,

기꺼이 새로운 것과 만나겠다는 호의,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패기,

그것이 바로 자기혁명의 시작이다!

 

 

생은 그 자체로 행복한 것이다

저는 요즘 그리스 문명 탐사에 푹 빠져 있습니다. 20년 전부터 그리스 문명을 답사한 뒤 그리스를 주제로《로마인 이야기》와 같은 책을 쓰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행 중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에피다부로스라는 고대 휴양지에서 작은 식당을 찾아갔는데, 음식을 가져다준 식당주인 부부가 제가 식사를 하는 동안 다른 자리에 앉아 너무 재밌게 얘기를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나이가 저하고 비슷한 중년부부였는데 어찌나 사이가 좋아 보이던지 제가 이렇게 물어보았습니다.

"두 분이 참 행복해 보이십니다. 두 분이 부부시죠? 식당을 하신지 오래되셨나요?"

그러자 남편 되시는 분이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 식당은 우리 것이 아닙니다. 장인어른이 하시는 식당인데 제가 작년에 직장을 잃고 가족을 데리고 여기에 내려와서 식당일을 거들고 있답니다. "

뜻밖의 대답이었습니다. 그런 사정이 있는데 이렇게 행복해 보이다니!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직장을 잃고 처가에 내려와 일을 하시는데도 어떻게 이렇게 두 분이 행복하신지 궁금한데요?"

그랬더니 그분이 제 말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직장을 잃었다고 우리가 왜 불행해야 하죠? 사랑하는 아내가 제 옆에서 이렇게 웃고 있고, 두 시간 후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죠. 또 이 동네에서 새로 사귄 친구가 20명이나 되고요. 직장을 잃은 것은 불운이지 불행은 아니에요. 살면서 운이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우리 삶을 불행하게 만들지는 않아요. 삶은 기본적으로 행복한 것이잖아요?"

저는 그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참 부끄러웠습니다. 그렇습니다. 살아가면서 때로는 나쁜 일이 찾아와 우리를 힘들게 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나라는 존재가 삶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 일입니다. 그리스에서 만난 그 부부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 따뜻한 이웃,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말입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화려한 것들에 매혹되어 이런 본질적인 것이 주는 행복에 대해 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결국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지위나 어마어마한 부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생은 그 자체로 행복한 것' 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가슴속에 새기고 사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그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잘 이겨내고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굴뚝 근처에 있는 산초열매를 먹으러

날마다 작은 새들이 찾는다.

 

 

 

 

 

새들이 좋아하는 먹이를 거두어놓고서

우리가 새들에게 나눠주는 것과

새들이 스스로 먹이를 구해 먹게끔

적당하게 먹이감을 놔두는 것 중에서

우리 부부는 새들이 스스로 날아와서

먹이를 구해 먹는 것을 좋아한다.

 

 

 

 

 

계절이 뒤로 갈 수록 푸르름을 찾는 비파나무

 

 

 

 

 

비파나무는 겨울이 다가오면 꽃이 필려고 하는데

그 열매는 여름에 맛 볼 수 있다.

 

 

 

 

 

오랫동안 버팀목이 되어주는

누리장나무는 볼 때마다 고맙다.

 

 

 

 

 

몇차레 내린 된서리에 감국이 시들어가는데

보랏빛 개미취가 방긋 웃는다.

 

 

 

 

 

잘 말린 녹차 씨앗을 방앗간에서 갈아왔는데

까만 껍질과 속 알갱이를 분리하는 작업이 만만찮다.

시골 할머니들은 키질이 밥을 먹는 것처럼

수월한 일이 나에겐 아직도 벅찬편인데

겨우겨우 분리해놓고 보니 뿌듯하다.

 

 

 

 

 

키질로 날려보낸 껍질은 차나무의 거름이 된다.

 

 

 

 

 

"시간은 삶의 동전이다.

그것은 내 수중에 있는 한 푼의 동전이며,

그것을 어떻게 쓸 것인지는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대신 그걸 쓰게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 미국의 시인이자 퓰리처상을 수상한 칼 샌드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