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해진 이후에야 편안해진다
고요해진 이후에야 편안해진다고 하더니
건너 언덕위에 우뚝 선 나무 한 그루를 날마다 바라보지만
여름날의 무성한 나뭇잎들이 새로 만들어낸 것이 내 눈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도 고요함인 것 같다.ㅋㅋㅋ
고요함이 있어야만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를 끊임없이 명확히 할 수 있고
세상의 유혹으로 인해 목표와 너무 멀리 벗어나지 않을 수 있다.
수신이란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제 한 몸 사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여 번잡하고 불필요한 마음의 찌꺼기를 걷어내고 한계를 발견하여 이기는 힘, 곧 자기 자신과의 치열한 전투를 일컫는다.
수신을 위한 아홉 가지 행동 원칙
1. 하루 5분, 고요하게 정좌한다.
2. 번잡한 생각을 떨치고 가만히 마음에 집중한다.
3. 스스로 반성할 것은 없는지 지난 하루를 돌아본다.
4. 과오에 연연해 깊게 자책하지 않는다.
5. 성공은 삶의 한 가지 즐거움일 뿐임을 잊지 않는다.
6. 마음을 어지럽히는 욕망은 포장하지 않고 대면한다.
7. 만나는 모두가 스승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람을 대한다.
8. 말을 하는 것이 침묵했을 때보다 나은지 먼저 생각한다.
9. 행복의 원천은 진정성에 있음을 잊지 않는다.
- 팡차오후이 지음『나를 지켜낸다는 것』에서 -
"세상은 나를 흔들 수 없다. 절대로!"
팡차오후이
1965년 출생. 칭화 대학교 인문대학 역사학과 및 사상문화연구소 교수이며 중국인민대학교 공자연구원 겸직 연구원이다. 하버드 대학교 및 서울대학교, 대만의 포광 대학교에서 중국 사상사를 연구 및 강의했다. 젊은 시절, 서양 철학을 공부했으나 박사 졸업 후 점차 중국 사상사로 연구 주제를 전화하고, 유가 사상을 정신적인 귀착지로 삼았다. 개인의 경험에 기초하여 철학과 역사학 학습의 성과를 결합하고, 사회학, 인류학, 심리학 등 다른 분야의 이론적 성과들을 흡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가 칭화 대학교 인문대학에서 강의한 <유가경전입문>은 지난 10년간 칭화 대학교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동시에 가장 주목받는 과목으로 꼽힌다. 송·명 시기 이학을 바탕으로 유교, 도교, 불교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대인이 안은 마음의 문제를 점검한 <유가경전입문>은 수신修身의 참뜻과 당위성을 올바르게 해설한 최고의 강의로 평가받는다.
대표작으로 《문명의 파괴와 탄생: 유학과 중국 현대성 연구》《중국의 학문과 서양의 학문:현대 중국 학술사 다시 읽기》가 있다.
근언謹言, 절제하여 신뢰를 잃지 않는 힘
일생의 성패는 평상시의 언행에 달려 있다
얼마 전 글 한 편을 읽은 적이 있는데 내용은 대강 이러했습니다. 한 작가가 술자리에 참석했는데 술자리에 있던 높으신 중년 편집장 '나리'가 혼자서만 30분을 말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이 자신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내용으로, 그 자리에 있던 대다수 사람들은 지겨워하면서도 그의 체면을 고려하여 말을 막지 않고 있었고, 그런 사실을 편집장이 깨닫지 못하더라는 것입니다. 결국 작가가 나서서 '정리'를 한 뒤에야 상황이 종료되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나는, 인생에서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조직의 '중요인물'이 된다면 특히 언행을 조심해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와 같은 유교 사회에서는 체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장시간 윗사람의 '허튼 소리'를 참고 들어야 하는 경우가 흔하게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윗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더 강렬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근언謹言'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부주의한 말을 내뱉거나 잘난 척하는 사람, 혹은 다른 사람의 시간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 다른 사람의 이해를 구하려 의지 않는 사람, 또 남의 스승 노릇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상대의 반감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고, 자칫하면 편집장 나리와 같이 '정리'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설령 그를 정리할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스스로 분위기 파악을 해서 미움을 사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나 자신도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여러 차례 면전 혹은 배후에서 학생들로부터 욕을 먹거나 책망을 받은 적이있습니다. 나이가 어리고 혈기가 넘쳐 스승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해도, 그들의 비판이 전혀 근거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선생의 입장에 있는 나도 적어도 다음과 같은 문제를 고래해야 합니다 만약 나의 말이 다른 사람의 반감을 불러일으켰다면, 설령 동기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이야기하는 것이 무의미한 것은 아닐까? 그 편집장나리와 같이 말하는 방식을 나 역시도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되도록 같은 잘못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려는 것입니다.
아마도 여러분은 사방에 함정이 도사린 것처럼 말하는 것 하나에도 조심하며 살아야 한다면 너무 피곤하게 사는 것은 아닌가.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실 지나치게 신중하고 조심하는 것은 그리 현실적이지 못합니다. 함부로 말하지 않도록 거듭 자신을 일깨우느니 고질병이 어디 있는지 반성하는 것이 차라리 낫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 형성된 자아에 대한 이미지를 인지하게 되면 공공장소에서 밖으로 드러나는 표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다른 사람과 만나고 대화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입니다. 사람이란 항상 자기 자신이 뛰어나다고 느끼는 '증거'를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이 업무나 생활 방면에서 어떤 특별한 '성취'를 이뤘다고 생각해 자기 자신이 아주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고는 합니다. 사람들이 다 마음속에 자기 자신에 대한 기본 인지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동료 중 가장 업적이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이 친구들 중에서 가장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이 조직에서 가장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유형의 '자아 이미지'가 곧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자아에 대한 인지입니다. 공공장소에서는 이런 자아 인지가 다른 방식으로 쉽게 체현되어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근거가 됩니다. 그중 가장 흔히 보이는 현상은 자아 인지가 지나쳐, 타인의 반감을 의식하지 못하게 되어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언행은, 군자의 추기이다.
추기를 발하는 것이, 영욕을 주재한다.
言行, 君子之樞機.
樞機之發, 榮辱之主也.
-《주역》<계사>
'추기樞機'에서 '추'는 문의 개페를 맡는 문지도리를 의미하고, '기'는 활을 쏠 때 발사를 책임지는 기관을 가리킵니다. '추기'로써 '언행'하라고 하는 말의 뜻은, 언행은 군자의 입신과 행사行事의 가장 중요한 절차임을 의미합니다. 일생의 영욕과 성패는 평소의 언행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담긴 인상은 모두 자신의 언행으로부터 야기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행은 확실히 개인의 영욕과 관련이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안정되면 말이 무겁고 조용해진다
마음이 안정된 사람은 그 말이 무겁고 조용하며,
안정되지 못한 사람은 그 말이 가볍고 빠르다.
心定者, 其言重以舒,
不定者, 其辭輕以疾.
-《근사록》
이 구절은 음미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이서重以舒'와 경이질輕以疾'은 서로 대조를 이룹니다. '중이서'는 말이 차분하며 격렬하지 않다는 뜻이고, '경이질'은 말이 경솔하고 급박하며 심지어 과격하기까지 한 것을 말합니다. 심정心定, 즉 마음의 안정은 분명 언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성정이 온화하며 마음이 안정된 사람은 말을 할 때 행운유수처럼 차분하고 자연스럽습니다. 성격이 급하고 정서가 수시로 바뀌며 마음속에 번뇌가 있는 사람은 말을 할 때 다급해지기 쉽고 언사가 격렬하며 심지어수시로 심지어 크게 짜증을 내기도 합니다. 성격이 조금한 사람은 다른 이에게 말을 하면서도 상대의 말을 듣지 않고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아 쉽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마찰을 일으킬 때가 있습니다. 정서가 불안정한 사람은 끝없이 말을 지껄이며 화제를 만들어 상대를 붙들어 매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깁니다. 이들은 홀로 고독하며 정좌하며 명상하는 일에 서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천박하고 가벼운 인상을 주기 쉽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비록 함부로 담소를 나누지 않지만 심기가 깊고, 말할 때에 쉽게 흥분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경우는 방법을 알아 보통 사람들이 쉽게 알아채지 못하게 합니다. 어떤 사람은 생각하는 바를 거침없이 말하고 좀처럼 감출 줄을 몰라 쉽게 흥분하거나 통제력을 잃어서, 자신이 감내할 수 없는 돌발 사건을 만나면 심신이 무너지고 건강을 해치게 됩니다.
무릇 이런 여러 가지 유형은 성격과 관련이 있습니다. 말이란 마음의 창이고, 마음에서 잘 정리되지 않은 일은 말 속에서 여러 방식으로 바로 드러나곤 합니다. 마음에 있는 여러 문제를 분명하게 알아차리고 펼쳐버리려면 개인의 함양이 문제가 됩니다. 한 개인의 말과 행동거지로 그의 수양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유기의 수신은 성격을 수양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임무로 여겼고, 인격 완성의 기준 중 하나가 바로 말을 할 때 온화하고 항상 마음의 상태를 조절할 수 있어 쉽게 감정이 흔들리지 않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성격이외에도 인품이 단정하고 정정당당하여 마음에 거리낌이 없는 태도도 말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사심이나 욕심이 없으면 말은 자연스레 편안하고 명쾌해집니다. 마음이 활짝 트인 사람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 말을 할 때 지나치게 민감해지지 않고 쉽게 오해를 만들지 않습니다. 성숙하고 듬직하며 인정과 세태에 통달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비교적 잘 이해하고 타인의 입장에서 문제를 생각할 줄 알아 쉽게 상대와 소통합니다.
재주가 있으면서 성품이 느긋하면,
큰 재목에 속한다 하고,
지혜가 있으면서 기운이 부드러우면,
그것을 큰 지혜라 한다.
-《격언련벽》
참 좋은 말입니다!
《대학》에는 개인의 기질이나 성정이 '마음의 상태'와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토론하는 특별한 구절이 있습니다. ' 그 대체적인 뜻은 '심부정心不正' 즉 마음이 바르지 않은 사람은 항상 정서가 불안하여 걸핏하면 불평불만을 털어놓거나, 자신이 능력은 있는데도 기회를 만나지 못했다고 하루 종일 투덜거린다는 것입니다. 또 어떤 특별한 기호에 빠져 스스로 헤어나지 못하거나, 마음에 지나친 걱정거리를 쌓아놓고 사는데, 이는 모두 마음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바로 이 때문에 마음의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구절에 대해 나는 경험을 통해 상당히 깊은 깨달음을 얻은 적이 있었습니다.
한 10여 년 전 나는 베이징에서 박사를 마치고 한 연구소에서 일했는데, 당시 전공이 일치하지 않았고, 월 수입도 겨우 600억 위안(한화로 약 10만 원)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때는 '원자탄을 만드는 것은 차예단(茶叶蛋, 찻잎 등을 넣어 삶은 달걀) 장사를 하는 것만도 못하고, 수술칼을 잡는 것은 머리를 깎는 가위를 잡느니만 못하다.'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는 전 국민이 장사에 뛰어들고 창업이 열풍이 불던 시기여서 나의 몇몇 동료와 동창생, 친구들도 연이어서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반면 학력은 높고 수입은 보잘 것 없던 연구소에서 전공과도 상관없는 일을 하느라 나는 삶의 방향을 잃고 낙담한 채 희망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간의 노력을 저버린 채 세상에 나가 장사를 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정말로 '서생은 백에 하나도 쓸모없다'는 기분을 체험했습니다. 이렇게 매일 우울한 기분과 불평불만을 담고 사니 보는 것마다 다 삐딱하게 보였습니다. '서생의기書生意氣, 분토당년만호후糞土當年萬戶侯'라는 모택동이 쓴《심원춘沁園春》<장사長沙>의 구절(당시의 권력자들을 분토보다 못한 하찮은 존재로 표현한 글)이 나에 대한 묘사가 아닌 적이 있었던가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철저하게 인생의 밑바닥에 떨어졌을 때 나는 유학을 접했습니다. 나는 누군가의 충고로《대학》과《중용》 두 권의 책을 베끼면서 암송하길 반복했습니다.《대학》의 '의성이후심정意誠而后心正하고 심성이후신수心正而后身修(뜻이 정성스러워진 이후에 마음이 바르게 되고, 마음이 바르게 된 이후에 몸이 닦인다)한다.'는 구절은 나에게 거대한 떨림을 주었고, 자아를 철저하게 반성하고 새롭게 인생을 직시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특별한 밤, 지난 수년간 내가 추구해 온 일과 이상이란 것이 대체로 '마음이 바로 서지 못한' 상태에서 형성되었고, 이로부터 지금의 우울함과 불만이 생겨났음을 홀연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나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 '싹수가 있는' 훌륭한 학생이었습니다. 이런 허영 가득한 시간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우수한 성적과 주변 사람들의 칭찬이 나 자신의 가치에 대한 유일한 평가 기준이 되었고 내가 전진할 수 있었던 주요한 정신적 동력이 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운명이 나 자신을 황량한 사막으로 내던지는 절망적 상활에 직면하게 되자 과거에 나를 빛내주었던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현상의 궁상맞고 난처한 처지를 인증할 뿐이었습니다. 그때 비로소 나 자신이 그 많은 '분노'와 '두려움', '즐거움'과 '걱정'을 갖고 있음을 홀연 깨닫게 되었던 것입니다.
당시 나는 어릴 적부터 나 자신을 위해 공부를 한 적이 없다는 문제를 자각했습니다. 이른바 '심부정心不正'이 여기서 드러난 것입니다. 지난날 선생님들의 칭찬과 친구들의 부러움은 나 자신을 남의 눈에 맞추어 살아가는 생활에 익숙해지도록 했고, 주위의 칭찬과 승리의 후광을 가장 큰 정신적 만족으로 여기는 심리적 태도가 형성되기에 이른 것입니다. 일을 할 때에도 다른 목적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열정이 없기 마련입니다. 왜냐하면 그가 하는 일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강력한 열정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에 일에 매진하면서도 자신의 무궁한 능력을 느낄 수 없고, 나아가 진리의 빛줄기를 찾아 한계를 끊임없이 넘어서려 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 해 동안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줄곧 답을 밖에서만 찾았던 것이고, 대부분의 정력을 자아를 완전히 하는 데 쓰지 않고서, 나 자신을 시대의 첨예한 풍랑 앞에 선 풍운아로만 여겼던 것입니다. 까놓고 말해 모든 문제는 나 자신이 너무 이기적이었고 너무 자아중심적이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현실 생활에서 갑자기 풍파를 만나고서 지금까지의 공부가 어떤 후광도 가져올 수 없고, 시대의 흐름이 더 이상 나를 떠받들이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내 인생의 전부가 철저하게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던 것입니다. 나는 일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줄 떨어진 연처럼 사방을 떠돌며 갈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유가 사상을 붙잡고, 설령 나 자신이 지난 시간 동안 노력하여 얻은 모든 직함, 명예, 직위를 희생하는 대가를 치르더라도 내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내 완전히 새로운 출발점에 서기를 결심한 것입니다.《대학》에서 말하는 '정심正心'이 두 글자를 통해서 나를 깨우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지난 인생의 고단했던 세월을 돌이켜보면 확고한 신념이 인생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확고한 신념을 세우려면 반드시 '정심'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됩니다. 공자는 말했습니다.
군자는 먼저 자신의 몸을 편안하게 한 후에 행동하고,
마음을 편안히 한 뒤에 말하며,
사귐을 확고하게 한 후에 남에게 바란다.
君子安其身而後動,
易其心而後語,
定其交而後來.
-《주역》<계사>
'안기신'즉 '안신입명安身立命'은 확고한 인생의 신념을 가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확고한 인생의 신념을 세워야만 어떤 좌절에도 꺾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허리띠가 느슨해져도 끝내 후회하지 않아야衣帶漸寬終不悔 진정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확고한 인생의 신념이 있어야 평화로운 마음과 맑은 정신이 있을 수 있고, 사람들과 교류할 때 분노나 두려움, 근심, 걱정이 생기지 않는 것입니다. 이를 이르러 '역기심이후어'라 합니다. 확고한 인생의 신념이 있고, 맑은 정신 상태가 되어야 바야흐로 어떤 사람과 접하고 사귀어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한 걸음 한 걸음 착실하게 시작해야 하는지 삶의 구체적인 요구와 기준에 자신을 맞출 수가 있는데, 이를 이르러 '사귐을 확고하게 한 후에 남에게 바란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하늘이 말하는 것을 한마디라도 들어본 적 있는가
어느 날 공자가 학생들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려 한다."
자공이 놀라 물었습니다.
"스승님께서 말씀을 안 하신다면 저희들이 어떻게 도를 전할 수 있겠습니까?"
공자가 말했습니다.
"자공아! 너는 '하늘'을 한 번 보거라. 언제 '하늘'이 말하는 것을 한마디라도 들어 본 적이 있느냐? '하늘'은 여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우리들은 사시사철이 규칙적으로 바뀌고 만물이 생기발랄하게 성장하는 것을 보지 않았느냐! 이처럼 위대한 일은 소리 없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이니라." 《논어》<양화〉
인생의 가치는 하나하나 맺은 결실에 달려 있고, 일의 성취는 사람답게 살기 위한 노력에 달려 있다고 합니다. 수양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의 축적이 필요한 법입니다.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하루 종일 입으로 떠들어 봐야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습니다.
사람이 떠벌리기를 좋아하는 것은 자신을 알아주지 않을까 두려워서입니다. 자신을 떠벌리고 자랑할수록 오래 지속되기 어려운데, 이를 '겉은 반짝거리지만 속은 나날이 소멸되어 간다'고 하는 것입니다.
떠벌리지 않고 묵묵히 일을 하고 발을 땅에 디디고 성실하게 처신을 하면 비록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게 됩니다. 따라서 결국에는 사회의 인정과 칭찬을 얻게 되는데, 이를 '겉은 암흑 같으나 속은 날로 밝아진다 라고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겉으로 좋다고 하는 것보다는
뒤에서 헐뜯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낫다.
서로 일시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관계보다는
오랫동안 유지되는 경지를 추구하는 것이 더 낫다.
-《소창유기》
인간관계에서 상대가 여러분이 가진 영예와 뛰어남을 받아들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만약 타인에 대한 참된 정성과 사랑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면 몇 마디 말을 하지 않아도 불필요한 질투와 불만을 초래할 수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동창 혹은 친구들 모임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모임을 개인의 자아를 자랑하는 기회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심침후중은 일등의 자질이고
뢰락호웅은 이등의 자질이며
총명재변은 삼등의 자질이다.
深流厚重是第一等資質,
磊落豪雄是第二等資質,
聰明才辯是第三等資質
-《신음어》
이 구절에서는 사람의 자질을 세 등급으로 나누었습니다. 첫 번째가 심지가 깊고 너그러우며 진중한 '심침후중'이고 두 번째가 광명정대한 호걸형인 '뢰락호웅'이며 세 번째가 총명하고 말을 잘하는 '총명재변'입니다. 그러면 먼저 세 번째 자질, 총명재변부터 이야기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소위 총명재변이란 머리가 영리하고 이해득실에 대한 계산이 빠른 사람입니다. 자신에게 불리한 요소를 조심스럽게 회피할 줄 알고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말재주가 뛰어나 윗사람의 환심을 사고 상대를 물리치는 일을 잘합니다. 오늘날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책의 하나가 처세의 지략을 가르치는 책일 것입니다. 실제로 이런 책들의 주요 내용은 대개 총명재변의 지혜를 어떻게 배울까에 대한 것입니다. 심지어 어던 사람은 이것을 '늑대의 지혜'라고 떠들면서 크게 선전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사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대부분 자신의 각종 잔재주를 내보이고 작은 기량을 뽐내곤 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톡 까놓고 말하면 여곤이 이야기한 네 글자, 즉 총명재변입니다. 신앙을 상실한 시대에 총명재변은 이미 우리 세대의 주류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대 분위기에서 우리는 어려서부터 다른 사람의 기교와 술법에 대치하는 여러 방법을 배워 왔습니다. 예를 들면 연애를 할 때 어떤 수단으로 상대의 환심을 살까 생각하고, 연애에 성공한 후에는 친구들 앞에서 성공담을 떠벌립니다. 취업할 때는 단지 자신의 약점을 숨겨 면접자의 신임을 얻을 것만을 생각합니다. 일에서 성취가 있기라도 하면 자신을 남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하고 친구들 앞에서 자기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자랑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학생들끼리는 어떻게 선생과 상대할까를 이야기하고, 선생들은 어떻게 학생들을 휘어잡을지를 생각합니다. 아랫사람일 때에는 오로지 어떻게 보스를 상대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윗사람이 되면 어떻게 아랫사람을 부릴까만 생각합니다. 사업을 하게 되면 온갖 방법으로 고객의 신임을 얻을 생각만을 하고, 고객이 되면 온갖 머리를 짜내 주인에게 혜택을 얻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성공하면 더할 수 없이 기뻐합니다. 이렇게 보면 친한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항상 이야기하는 성공이란 사실은 타인의 신임을 편취하는 수완에 불과한 것입니다.
여곤은 총명재변인 사람을 아주 경멸했습니다. 그는 '뢰락호웅'과 '심침후중'을 '총명재변'보다 더 좋게 생각했습니다. 소위 '뢰락호웅'은 의협심이 강하고 약속을 틀림없이 지키며 형제나 친구의 일이라면 옆구리에 칼이 들어와도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는 사람, 도의에 맞는 일이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정의롭고 늠름한 사람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의 마음은 한 치의 거리낌도 없습니다. 한 순간도 이익을 탐하거나 눈앞의 득실을 계산하지 않고, 말에는 반드시 신용이 있으며, 행동에는 반드시 결과가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광명정대하다는 뜻의 뢰락磊落을 쓴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존경과 숭앙을 받지만 그래도 '심침후중'과는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소위 '심침후중'이란 웅대한 포부와 지략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데, 인생의 높은 경지를 체득하고, 타인에 대해 강렬한 책임감과 동정심을 가지고 있으며, 엄격한 기준으로 자신의 성격을 수양하여 깊이 있는 축적을 이룬 사람입니다. 심침후중한 사람은 뢰락호웅한 사람보다 큰일을 훨씬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뢰락호웅도 존경할 만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관우, 장비는 뢰락호웅의 전형인 데 반해 제갈량은 심침후중한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갈량은 관우와 장비를 두고 '만 명의 적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으로 묘사했지만, 나라를 잘 다스리고 안정시키고, 천하를 경륜하는 일은 '만인적萬人敵'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갈량이 칼이나 창을 쓸 줄은 몰랐어도 나라를 잘 다스리고 천하를 경륜하는 지략은 만인적, 백만인적, 나아가 '천만인적'이 되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제갈량이 의지한 것은 '총명재변'도 아니고, '뢰락호웅' 또한 아니라 바로 '심침후중'이었던 것입니다. 오늘날 여러분은 아마도 활기찬 인생을 희망할 것입니다. 그래서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 되려고 하면서 동시에 '총명재변'에 골몰하고 있는 것입니다.
침착하고 느긋한 것은 일을 하는 제일가는 방법이고
겸양하고 물러날 줄 아는 것은 보신의 제일가는 방법이다.
보듬과 표용하는 관용은 사람을 대하는 제일가는 방법이고
소탈하게 구애되지 않는 것은 마음을 기르는 제일가는 방법이다.
安詳是處事第一法, 謙退是保身第一法.
涵容是處人第一法, 灑脫是養心第一法
-《소창유기》
이 구절은 비록 직접 '근언'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근언'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도광양회나 이굴구신以屈求伸을 구태여 입이 닳도록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중국인들은 옥을 좋아하여 항상 옥을 군자에 비유하곤 합니다. 옥은 오래될수록 더 매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옛사람들은 항상 당당하고 품격 있게 처신해야 한다고 말하고, 이를 '고매한 기상'이라 불렀습니다. 인격과 도량이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가에 따라 일생 동안 이룰 수 있는 일의 크기가 결정될 것입니다. 총명재변한 사람은 몇몇 작은 일 혹은 단기 프로젝트에서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지만 종국에는 큰일을 해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데 총명재변한 무리임이 분명한데도 오히려 스스로를 범상치 않다고 여기고 항상 사람들 앞에서 잘난 척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