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놀이터
밤사이 내린 굵은 빗줄기를 동반한 세찬 바람이 그치고
찬바람이 불어오는 11월의 마지막주를 맞았다.
군고구마 생각이 나는 추운 계절이 다가왔는데
이웃농가 고향아저씨댁에서 수확한
속살이 진노란색 고구마를
자식, 손주들 먹어라고 보내주고
남았다며 나눠 주신다.
지난주 소설 아침에 본 서쪽으로 넘어 간 달님
소설에 내린 서리를 하얗게 뒤집어 쓴 낙엽과 풀
소설에 만난 제비꽃
겨울초
고들빼기. 곰보배추, 쑥
비파나무의 꽃봉오리
가을날에 푸르렀던 양하(양애)잎이
누렇게 바짝 말라 수그러진 자리에
두 눈이 있는 빨간꽃 한 송이가
신기한 자태로 발걸음을 잡았다.
가을에 피는 양하꽃은 난꽃과 닮았는데
양하에서 나온 너무나 빨간꽃은 처음 본다.
소설에도 버티는 오이
차갑지 않은 개울물에서 자란 푸른 미나리
겨울철엔 나무꾼으로 변신하는 남편 덕에
방도 데우고 전기도 절약하는 일석이조의 생활이다.
흔한 전자레인지, 김치냉장고가 없는
일상생활의 도움도 있었겠지만
난방용 보일러를 돌리기 위한 전기료가 생각보다 크다.
겨울철 보일러 사용을 멈추면서 전기료가 절감되어
면사무소에서 전년보다 전기를 아끼면
하동사랑상품권을 주는 탄소 발자국제도가 있다며
재작년에는 삼만원, 작년에는 이만원,
올해는 만원을 받았다.
*탄소 발자국 - 개인 또는 단체가 직접·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 기체의 총량으로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연료, 전기 등
소설이 지나서 거둔 쪽파와 줄콩, 오이
백구가 처음으로 친구를 찾아 나섰는데
서리 맞고 늦게 핀 들국화 향기를 맡으며
살짝 미소짓는 이쁜이를 만났다.
남향에 위치한 덕에 따뜻한 햇빛과 온기가 있는
아궁이 앞은 매실나무, 배나무를 타고 올라갔던
밤맛나는 줄콩을 다듬는 겨울의 놀이터.
유기농으로 키워 낸 배추는 똑같은 모양새가 없이
크기와 생김새도 제각각인데다 벌레도 맛좋은 배추는
더 잘알기에 한 가운데 속이 꽉찬 배추는 비리가 가득이다.
11월의 마지막 휴일은
저녁부터 비가 내린 후 추워진다는 예보에
올가을 노루가 다녀 간 밭에서 무를 뽑았다.
여름에 피는 개망초가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었다.
여름날보다도 더 청초하게 피어 눈길을 사로 잡아
하던 일 멈추고 카메라에 찍었다.
빗방울 떨어지기 전에 빨리 끝내야 하는데...
울각시는 얼라니까 봐 준다고...
우리가 거둔 무는 마트에서 파는 무하곤
비교도 안되게 크기에서 부터 차이가 난다.
남편이 조금 애써 준 것하고
시원한 바람과 맑은 햇빛에 빗물이 키워내니
잘됐다 못됐다 크다 작다 아무런 평가없이
씨앗 6,500원의 비용으로 거두니 감사한 마음이다.
내가 왜 각시를 최고야! 하는 줄 아나?
남편이 하는 일에
타박없이 해주는대로
수고했다며 고맙게 받아주니까.
울각시가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