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어도
어제 첫눈이 내린뒤 찬바람이 심하게 부는 초겨울 날씨다.
지난 주 늦가을날 추웠다가 따뜻해진 날씨에
철축이 봄으로 착각 꽃봉우리를 맺었다.
안방 처마밑에는 현재 2007년, 2009년, 2011년에
지어졌던 헌 말벌집이 세 개가 있어 좋은 자리가 없자
올해는 황토 다래넝쿨에 축구공만한 말벌집이 지어졌다.
추위에 움츠러 들었던 말벌들이
또 다시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철축도 피었다.
딱 한송이만.
초겨울의 억새와 차밭
지난 주 화요일 아침
밤사이 너무 고요하더니 첫 서리가 내렸다.
연달아 이틀간 내린 서리에 이제 배추속에 들었던
비리(진딧물)들이 죽을려나 모르겠다.
요즘은 김장을 일찍 하느라 서리를 맞히질 않기도 하는데
서리를 몇 번 맞고 자라야 배추 맛도 덜큰 해진다.
이틀에 걸쳐 내린 서리도 멈추고 다시 포근해진 날에
한겨울 채비를 위해 아궁이를 보수작업을 하기로 한다.
십년 전 아궁이에 돌과 황토를 이용해 가마솥을 걸어었다.
해마다 아궁이에 불때기를 하다보면
붙었던 황토가 떨어져 나가기도 하여 손 볼일이 생긴다.
몇 년 전에 한번 황토를 붙이는 보수작업을 했지만
이번에는 있던 철재를 읍내에서 맞게 절단하여
재활용을 이용해 단단하게 보강해 보기로 했다.
황토에 섞을 볏짚은 이웃에서 빌려 온 작두로 썰었다.
집 지을때 사용하고 남았던 황토를 큰바위앞에 모아 두었던 것이다.
황토와 볏짚을 잘 버무려서
철재 사이에 찰진 황토를 쏙쏙들이 박아 넣는다.
단단하게 황토가 잘 달라 붙도록 해주고 매끈하게 발라준다.
갈라지지 않고 잘 마르게 하기 위해 불을 지피고
손으로 다독다독 두드려 다져주기도 한다.
이제 솥 걸었던 자리가 완전 고정되어
찬바람이 불어도 몇 해 동안은 끄떡 없겠다.
이제는 무너질 일은 없겠고 또 손 봐야 할때는
황토와 볏짚을 섞어 갠 흙을 철재에 덮어 주면 된다.
불때는 온돌방에 가마솥을 걸지 않고
바로 구들장 밑에서 불을 때기도 하는데
아궁이에 가마솥이 걸리면 좋은 점도 많다.
구들장 밑에서 바로 불을 때면 방이 빨리 따시지만
아궁이에 걸린 솥에다 물을 끓이던 뭘 하던간에
가마솥을 이용해 저녁에 물이 식을때까지는
아궁이의 열기를 오래동안 잡아두어 좋고
목욕비도 아끼고 두루두루 사용할 수 있다.
작은딸까지 객지생활에 나가자
온돌방하나에 의지하고 몇 년간 겨울을 나는데
난방비는 한푼도 들지 않았고
10년 전 가마솥 10만 원의 효력은 지금도 세다.
큰딸과 작은딸이 작은딸의 친구와 함께
지난 9일 밤에 출발하여 13일 아침에 도착하는
3박 5일간 홍콩여행을 하고 왔다.
필리핀을 강타한 슈퍼태풍 하이옌의 영향으로
홍콩도 비와 바람이 부는 바람에
케이블카가 공중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20분간 정지되었는데 불안한 마음에
이러다 죽는 것은 아닌가 걱정되더란다.
그것도 다른 나라에 와서...
작은딸은 유학 경험이 없는 자신이
외국인들에게 겁먹지 않고 말을 걸어
영어회화에 자신감을 갖는 경험해보고 싶어했다.
저가 항공사에서 왕복비가 싼게 있는데 항공비만 대주면
용돈은 학교에서 근로하여 모은 것으로 쓰겠단다.
그래서 언니인 큰딸의 연차휴가는
오직 동생을 위해 써기로 했는데
적은 비용으로 강력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사람들의 말에 학교 수업을 피해
짧은 기간의 해외여행을 하기로 했다.
동생들, 무조건 언니가 시키는 대로 하기다.
안 그러면 나 혼자 다닐거라며 엄포를 살짝 놓았단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홍콩의 거리는
생각보다 외국인들이 많더라며
무조건 영어를 사용해 보는 기회를 만들었다.
같은 과에 다니는 작은딸의 친구는
남동생만 있어 언니가 있는 작은딸을 부러워하더란다.
외동딸이어서 멀리 가는 것은 부모님도 불안해하시고
자신도 두려워서 해외여행은 한 번도 못 해봤는데
이 기회에 곱사리 끼이길 참 잘 했다며 행복해 하더라고.
식사 주문과 심부름 무조건 동생들한테 시켰다고. ㅋㅋ
사람은 일생에 걸쳐 한 번은 고생을 해야 인간다운 삶을 이끌어 갈 수 있다. 늙어서 고생하면 인생이 비참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장년기에 고생하는 사람은 한창 일할 나이에 일을 못 하기 때문에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그래서 고생을 할 바에는 젊어서 고생하는 것이 귀하다. 그렇다고 일부러 고생을 위한 고생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가장 적은 돈을 갖고 가장 어려운 일에 도전해보라는 뜻이다. 돈도 내 손과 땀으로 벌어보는 습관을 가지며 육체적인 노동과 기술에 전념해 보기도 하며, 어려운 인간관계를 극복하면서 여행도 해 보고 땀 흘리는 봉사생활에도 임해 보는 것은 참으로 귀하다.
이런 고생과 어려움을 겪고 극복한다는 것은 일생 동안 인내와 용기를 갖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 김형석 전 연세대학교 교수『인생, 사랑의 나무를 키워나가는 것』
14일에 집에 온 큰딸이 사흘밤을 푹 자고
동생을 위해 도토리묵을 챙겨 가면서
연말에 동생이랑 올께요라는 말에
올해도 다 간 느낌이 들었다.
예년보다 일찍 어제 첫 눈발이 화개골에도 날리었다.
우리가 한 번 충북으로 나들이 할 기회를 주지 않고
눈발이 날리는 오후 영동에 귀농한
경애씨 부부가 녹차씨앗을 가지러 왔는데
그곳에서 도토리를 줏어 도토리묵을 처음으로
손수 만들어 봤다며 묵과 묵가루를 가져왔다.
남편과 함께 차씨를 어떻게 심어야 할지
야생차나무가 있는 우리 산을 둘러보고선
화개에서 한번 살아볼려고 이곳저곳을 둘러봤지만
이런 야생차나무의 생태 환경은 처음 봤다며
경애씨 부부의 산에다 어떻게 심어야 할지 봐달라며
김장해놓고 영동에 꼭 한번 다녀가란다.
맛있는 거 사 준다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