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과 평안을 찾아 온 1박2일
13일 토요일이자 말복날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사는 공간에
남편의 여름 손님맞이 풀베기가 고요한 새벽을 흔들어 깨웠다.
사회가 지시하는 시간 박자에 물든 삶을 피해
평온과 평안의 휴식을 찾아왔더니만
어른, 아이들은 풀냄새 실컷 맡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의 리듬을 따르는 대신
시계가 명령하는 대로 하루를 보낸다.
자명종이 울리면 잠에서 깨어나고,
배가 고프니 밥을 먹는 게 아니라
'시간'이 있어야 밥 한술 뜨고,
저녁이면 시계의 시침과 분침이
지시하는 대로 잠자리에 든다고 하는데...
형아! 풀냄새 실컷 맡고 물속에 풍덩하니 억수로 시원하다.
퍼뜩 들어온나.
이번 여름은 재작년 여름보다 훨씬 재밌어요.
노후된 승용차가 고속도로에서 퍼질까 걱정되어
작년에 여름휴가를 못왔던 남동생이
새차를 뽑아 제작년에 함께왔던 이웃사촌과 더불어왔다.
태풍이 지나간 후 더 넓어진 개울가에서 불을 피울 수 있다니.
우리가 날짜를 잘 골라 왔네요.
아침에 채소거리를 장만해 주었더니
작은 올케와 이웃사촌이 차려 주는 점심을 얻어먹게 생겼다.
생찻잎을 넣고 구워 준 삼겹살 맛에
아침 일찍 출발해서 오느라 배도 고픈데다
물놀이까지 했으니 밥맛이 꿀맛이란다.
중 3인 장현이는 노는 모습이 이곳에선 동생들과 똑같다.
아저씨! 울아빠가 이웃하나 참 잘 얻었다니깐요.
그래 네말이 맞다.
다큰 울공주가 딴데서 동생들과 놀때 있더나.
너도 나도 다이빙에 도전해 보는데
깊은 곳은 2m도 넘어서 튜브없인 못놀아요.
아빠! 무서버서 도저히 못뛰어 내리겠어요.
장현이 누나가 뛰어 내리면 효준이도 뛰어 내릴끼다.
아이고~~ 이를 우짜노 여전히 무서버라.
아이고! 겁이나서 도저히 못하겠다.
중학생 1학년인 사내자슥이 뭐꼬~~
장현이 아빠는 튜브도 없이 그냥 뛰어내리는데...
엄마야~~
얏호! 성공이다.
이제야 사내자식이 체면 살렸구만.
장현이 누나도 다이빙을 했는데
효준이도 큰맘 먹고 뛰어내려보니 별것 아니란다.
한번 성공해보니 이제 쉽게 뛰어 내릴 수 있다고.
원준아! 니도 다이빙 할 수 있다.
형아처럼 한번 해봐라.
아빠! 억수로 무섭다.
원준이는 여러번 응원 박수까지 받고도 못 뛰어내린다.
원준아! 두눈 감고 그냥 뛰어내려봐라.
겁쟁이 형아도 다이빙에 성공했는데
나만... 어휴~~ 결국 포기했다.
친구야! 무섭긴 뭐가 무섭노? 나는 하나도 안 무섭더라.
비님이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있나 싶어 잠깐씩 자주 들렀다.
장현이네도 모처럼 야외에 집 한 동 짓어보고
장훈이네 텐트는 방수도 더 잘되는 것 같은데...
아빠!!
친구가 우리 집이 더 근사하다고 하네요.
아빠가 투자를 쪼깨 더해서 안그렇나.
엄마~~ 다음엔 우리도 더 크고 방수도 잘되는 텐트 사요~~
원준아~~비오면 고모집에서 자면 되는데 뭐하러
쓸데없는 투자는 왜할끼고 엄마는 이대로 좋기만한데~~
고모집 마당이 넓어서 좋기만한데...
형님!! 요새 아이들은 아파트도 비교하고
텐트까지 다 비교를 한다니깐요.
점심먹고 힘이 난 아빠들은 자식들이 노는 장소로
다치기 쉬운 큰 돌들은 한옆으로 밀쳐내어
개울물도 막아준다.
다음날은 의신계곡에서 신나게 놀다가 돌아와
다시 더 넓어진 공간에서 맘껏 놀아본다.
고모~~ 우리 다음에 또 와도돼요?
하모~~ 모두 다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했제.
온종일 물놀이했으면 배도 고플낀데...
엄마! 퍼뜩 녹차핫케익 만들어 주세요.
준이 형제는 녹차빵 먹는 재미로 고모집에 더 오고싶더라.
우리 남매도 그렇데이 다음에 또 같이오자캐라.
내 그땐 여고생이겠지만 또 따라 올끼다.
참말이가~~ 장현이누나네 엄마가 허락할까 모르겠네.
장훈아!
부산에서 차타고 오면서 준이 고모부처럼 후제 귀농하고 싶다캤나?
예~~ 노후에 자연속에서...
아빠! 장훈이는 멋도 모르고 호일에 감자 싸는 일처럼
귀농이 쉬운 일인지 아나보죠?
니캉 내캉 5학년생이라고 우습게 보는데
친구야~ 우리 지금부터 귀농연습 한번 해보자.
고모부처럼 톱질도 해보고
공부가 쉬운가 톱질이 쉬운가
길고 짧은 것 한번 해봐야겠지요.
사내아이들 톱질해보니 어떻더노~~
저는요~~ 톱질도 재미있는데...
공부가 더 쉬운 것 같아요.
그리고 안정된 공무원인 울아빠는 반대할것 같은데요.
그래 그래.
지금은 뭐라고 이고모부도 아무말도 못하겠다.
후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장훈이가 공부를 더 많이 해야한다.
자연의 리듬으로 살 것인지
시간의 리듬으로 살 것인지를...
공부 안하고선 잘 모른데이 알았제.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삶을 살것인지
올바른 선택과 결정을 내리기위해선
공부를 잘해야 하는기라.
이아저씨는 학교다닐때 공부를 못해서
죽을때까지 공부할라고 귀농했는기고.
울고모부 말이 맞는기라.
울고모부는 생각이 인생이다고 만날때마다 말씀하신다.
내사 커서도 잊지않고 기억할기다.
원준이는 공부 잘해서 아빠처럼 공무원도 좋은데...
미래의 공무원이 꼭 좋은 직업이 될런가는 모르는 세상이다.
아들아! 지금은 그냥 몸 건강하고 공부만 잘 하면 되는기라.
준이아빠~~하루 더 있다가면 좋겠는데.
차밀린다고 예정보다 일찍 가는 게 못내 아쉽네요.
이렇게 좋은 줄 미처 모르고 있었다니...
나도 준이엄마랑 똑 같은 생각인데...
언니! 우리 데모합시다.
하루 더 놀다가자고...
동생 말이 맞아.
우리가 진작 알았어야 했는데...
엄마! 억수로 시원하제.
우리가 이미 텐트는 다 걷어놨으니
오늘 바뀐 예정대로 움직여야지 할 수 없구려.
장훈아! 아저씨 말이 맞제.
2박3일 계획하고 왔다가
1박2일로 만족하고 떠나게 된 남동생은
막바지 휴가를 나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고속도로에 차가 밀리지 모른다고
저녁 먹고 밤 9시에 차안에서
곤하게 떨어질 아이들을 데리고 떠났다.
처남! 내사 돈 벌 궁리 안하고
놀 궁리나 한다고 장모님한테 한 소리 듣고 살지만
사회생활에 시간의 리듬속에 있더라도
남들보다 그래도 안정된 직장인데 스트레스 덜 받도록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