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지난 27일 읍내장날에 고추 50주, 가지 15주,
방울토마토 4주의 모종을 사서 심었다.
올해의 봄날도 3분의 2를 훌쩍 보내놓고
달력 한 장을 5월로 넘겼더니
함께
서로를 채워주고, 함께 나누고, 위로받으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늘 함께하고 싶습니다.
**은행의 달력속 글귀가 먼저 눈에 쏘옥 들어왔다.
붉은 고추는 약을 안치면 키우기도 힘들고
건조기나 하우스없이는 말리기가 어려워서 사먹는다.
작년에는 고추모종을 70주에서
올해는 50주만 심었는데도 많은 것 같다며
내년엔 30주만 심자고 한다.
남편은 예전에 수술 받았던 왼쪽 다리가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른 걸 피부적으로 느끼겠단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일을 많이 벌이기보다
일을 줄여 들어가야 한다며 적게 벌어서 적게 쓰잖다.
대학생인 딸들은 할 수 없이 휴대폰을 가졌지만
우리 부부는 아직까지 휴대폰을 가져 본적이 없다.
어떤이는 휴대폰이 있으면서도 번호를 일부러
안 가르켜 주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두 사람의
휴대폰 통신비로 일년치분의 쌀을 사먹을 수 있다.
4월의 봄은 한꺼번에 새순들이 틔여서
녹차만들기 전에 남편과 함께 최대한으로
산에서 고사리도 끊어놔야 했다.
우리와의 시절인연으로 만나 드러난 두꺼비 형상의 큰바위는
어느 시대부터 턱 버티고 있었는지는 알수 없으나
아주 오래전 큰홍수를 만나 모습을 감춘채 지내 왔었다.
우리는 2000년대 토목공사때에도 큰바위가 있는 줄도 몰랐다.
토목공사가 다 끝나고 남편이 주변을 다듬어 가던 중
오랜동안 쌓여진 퇴적물이 밭으로 들어가면 좋겠다고
퇴비를 긁어 내면서 발견된 바위였다.
울퉁불퉁한 모양이 참 이상한 것이 재미있을것 같다며
바위에 쌓인 것들을 다 치우고나선 물로 깨끗이 씻었더니
커다란 바위로 새천년 5월에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마당 한켠에 두꺼비 바위가 턱 버티고 있으니
쌩쌩부는 겨울바람도 잘 막아주고
여름엔 시원하고 바위앞에서 하는 일들이 재미나다.
일본의 선원에서는 정원 마당에 바위를 갖다 놓는다고 한다.
거기에는 어떤 나무도 없고 단지
모래 위에 바위만 하나 놓여 있다고 한다.
그것엔 깊은 의미가 있는데 선사는 제자들에게
바위를 가리키면서 바위처럼 되라고 말한다고 한다.
이 세상에 대해서 신경 쓰지 말라는 뜻으로
바위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냥 그대로 남아 있다.
그것은 걱정하지 않고 언제나 깊은 명상 속에 빠져 있다고 한다.
어떤 스님은 인연은
인 나의 마음가짐(직관적)
연 주변상황(객관적) 이 합쳐져 만들어진다고 한다.
꿀밤나무의 꽃들도 새잎으로 옷을 반쯤 갈아 입었다.
등나무꽃
장작더미앞에 바람에 날려온 씨앗으로 자라난 들깨순이다.
우리는 남들이 우전차를 만든다고 해서
우리도 덩달아 만들지는 않는데 찻잎이 조금 더
자라 세작잎이되면 필요한 양만 만들기로 한다.
찻잎따는 사람들은 갈수록 늙어가고
독사를 조심해야 하는 산속에서 힘들게
찻잎따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찻잎따기가 편하고 보기 좋은 차밭에서
일하기를 좋아하여 예전보다 사람도 귀해졌다.
몇해전 찻잎따기가 한창 바쁜철에 오고간 얘긴데
숙련된 찻잎따는 사람을 구하지 못한 마을아저씨의 푸념이다.
남편: 형님 차 좀 많이 만들었어요?
마을아저씨: 동생 얼마 못 만들었네.
남편: 왜요?
마을아저씨: 집안에서 모자쓰는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시원찮구만.
남편 얘기를 듣고 집안에서 모자쓰는 사람? ㅎㅎㅎ
찻잎따는 경험이 없는 초보자를 얘기한 것인데
여자들이 얼굴 탄다고 집안에서도 모자를 쓴다는 것이다.
우전찻잎이 올라온 시기에
우리는 산에서 따온 두충잎을 한 솥 덖었다.
어제는 비가와서 쉬고 오늘은 최대황사가 날아와
미세먼지가 많다고하여 문 꼭(잘)닫고 집안에서 지냈다.
도시인들처럼 알람시계에 의지하지 않아도
시골살이는 날이 새면 저절로 눈이 뜨이는데
계절마다 밖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에 맞추면 딱 맞다.
겨울은 해가 늦게 뜨면 일곱시에 일어나고
요즘은 다섯시 반이면 자동으로 일어나게 된다.
5분만 10분만 더 자고 싶다는 생각없이 일어나는게 이상하다.
나는 비오는 날이라고해서 잠을 많이 잔다 싶으면 허리가 아프다.
이럴땐 허리가 아프니까 더 누워 있어야지 생각하면 안되고
일어나서 몸을 조금 움직여줘야 아픈 허리가 풀어지니
일 없는 겨울도 그렇고 비오는 날도 늦잠을 못자도록 한다.
큰딸이 함께 유학 간 친구들이 놀러가는데 뒤늦게 합류했다며
레이크 타호를 가는 길에 그곳에서 눈을 맞았다.
큰딸은 데이비스대에서 나무심기 봉사도 해야하고
과제물도 많고 시험도 자주 치러서 빡빡하게 공부해야 한다고...
부활절엔 호스트 패밀리들과 아메리카인의 교회에
같이 가서 목사님 설교를 인상 깊게 들었단다.
호스트 파더는 오후 6시에 퇴근해 오시면
집안 청소도 하시는 가정에 충실하신 분이란다.
호스트 큰아들이 사춘기라서 요즘 호스트 마더와
충돌이 좀 있는 편이지만 식사때마다 돌아가면서하는
기도 속에 서로를 챙겨주는 따뜻한 사랑이 녹아있더란다.
다른 환경에서 다른 말을 쓰면서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딸의 생각도 좀 달라질 것 같다.
타호호수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의 호수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