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행복

나의 꿈은?

오키Oki 2011. 1. 24. 17:41

 

몹시 추운 겨울에도 장작을 패거나 군불을 때는 날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수컷 딱새

 

 

- 김용택 글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中에서 -

 

 

새집 

봄볕이 운동장 가득합니다. 점심시간이면 아이들이 노란 잔디위에서 햇볕을 차며 뛰놉니다. 아이들은 햇볕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남자아이들은 공을 차고 여자아이들은 그네를 탑니다. 봄이 되자 새들이 학교 가까이 날아왔습니다. 딱새나 박새지요. 새들은 아이들의 눈을 피해 학교 곳곳에 집을 짓습니다. 죽은 풀을 물어 나르고, 죽을 나뭇가지들을 물어 날라 털갈이한 자기 털로 포근한 집을 짓습니다. 그리고 거기다가 알을 낳지요. 알을 품었다가 새끼가 알에서 나오면 새들은 또 마을이나 들이나 숲을 돌아다니며 벌레들을 물어 나릅니다. 새들이 푸른 벌레를 물고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아름답지요. 작은 생명들의 저 숭고한 행위들은 눈이 부십니다.

새들은 커서 새집에서 나와 날기 연습을 하는 것은 나는 해마다 봅니다. 작은 딱새나 박새 새끼들이 나뭇가지에서 나뭇가지로 날아다니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웃음이 나옵니다. 너무 작고 귀여운 새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혹 보셨는지요. 자기가 가고 싶은 곳 끝까지 날지 못하는 새 새끼들을 혹 보셨는지요. 딱새는 살구가 익을 무렵 살구나무 가지를 포롱포롱 포로롱 날아다닙니다. 나는 아이들과 새들이 나는 모습을 오래오래 바라봅니다. 그 새들이 마치 우리 아이들 같거든요. 세상을 나는 일이, 어렵고, 낯설고 서툴지요. 그렇게 자기 새끼들을 키워 날려 보내면 새들은 자기들의 집을 버립니다. 새들은 자기가 지은 집에서 새끼만 길러내면 집에서 살지 않는답니다. 그냥 자기들이 늘 자는 나뭇가지 위에서 자지요. 새들은 집을 버립니다. 죽은 풀과 죽은 나뭇가지와 자기 깃털로 만든 집을요. 그 집은 금세 자연으로 돌아가버리겠지요.

 

 

표현

자기의 인생을 실은 삶으 표현은 힘이 있고, 서럽고, 눈물 나고 아름답고, 그리고 행복하다. 진지함과 진정성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삶이 그러해야 하고, 예술이 그러해야 하고, 정치가 그러해야 한다. 인간의 행위가 자연에 가장 가까워야 한다. 그래야 그 빛이 아름답다. 꽃들을 봐라. 얼마나 품위와 예의와 권위와 아름다움을 갖추었는가.

 

 

공공의 꿈

중고등학교로 강연을 다니며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꿈을 물어보게 됩니다. 아이들은 좀체 자기의 꿈을 말하려 들지 않다가 조금 보채기 시작하면 하나둘 꿈을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의 꿈은 대개 네 가지 정도로 나누어집니다. 하나는 의사가 되는 게 꿈이고 또 다른 하나는 판사나 변호사가 되는 게 꿈이고 또 하나는 교사가 되는 게 꿈이고, 하나는 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합니다. 또다른 하나는 공무원이라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꿈을 이루면 무엇이 좋으냐고 물어봅니다. 모두들 하나같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합니다. 돈을 많이 벌어 부모님께 효도한다는 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합니다. 옛날 우리들이 학교 다닐 때 훌륭한 사람이 되어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고 물어보면 우리들은 하나같이 모두 조국과 민족을 들먹였지요. 공허한 빈말이였지요. 그렇지만 나는 빈말이라도 좋으니, 지금의 아이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기를 기대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태까지 단 한 명도 그런 '공공의 꿈'을 말하는 학생은 없었습니다. 나는 또 우리나라의 교육이념을 물어봅니다. 모두들 입을 모아 홍익인간이라고 큰 소리로 대답합니다. 그러면 홍익인간이란 무슨 뜻이냐고 물어봅니다. 하나같이 모든 인간에게 널리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대답을 합니다. 아주 잘 배운 아이들의 이 정답과 꿈은 어쩌면 그렇게도 그 속과 겉이 다른지 나는 놀랍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이념이 있습니까. 우리나라의 교육이념은 서울대지요. 인간들의 위대한 꿈과 이념이 사라진 자리를 차지한 것은 왜소하고 치사한 개인이지요. 나만 잘되면 된다는 아주 째째하고 이기적인 욕심뿐이지요. 우리나라 학부모님들이나 학생들의 꿈이 하나같이 의사요 판사요 교사요 공무원이라는 현실이 나를 부끄럽게 합니다. 우리를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어버리지요. 어쩌면 이 세상에 태어난 한 인간의 꿈이 겨우 의사가 되는 것이란 말입니까. 도대체 언제부터 이 나라 어머니들의 한결같은 꿈이 자기 딸이 교사가 되는 것인지, 생각하면 그 꿈이라는 것이 참으로 초라하기만 합니다.

얼마 전에 하버드대와 예일대와 MIT 대학을 다녀왔습니다. 그학교에 다니는 한국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아이비리그'에 다니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 중에서 큰 문제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하나같이 하버드에 들어오는 게 꿈이였기 때문에, 인생의 꿈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새로운 시작이 더디고 힘들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정답이 딱 하나밖에 없는 공부를 해왔기때문에 학생들이 하나의 정답을 찾느라 헤맨다는 것이지요. 말자하면 토론에 약하고 에세이에 약하다는 것입니다. 토론과 에세이는 늘 새로운 사고와 창조정신을 요구하지요.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종합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창조적인 사고와 학습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한다는 것이지요.

꿈이 의사요 교사요 판사인 것이 나쁘다는 게 아니지요. 또 개인의 꿈을 누가 간섭할 바도 아닙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꿈이어서 대통령이 되면 무엇합니까. 정말 백성과 세상 사람들을 위한, 아름답고 훌륭하고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국민들의 환호를 받는 좋은 대통령이어야지요. 대통령이 꿈이 아니라 대통령이 되는 것도 인생의 한 과정이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의사가 꿈이 아니라 훌륭한 의사가 꿈이어야지요. 교사가 꿈이 아니라 정말 위대한 교육자가 꿈이어야지요. 한 나라의 모든 학생들이 '직업'이 꿈인 나라는, 그 나라 사람들은 모두 불쌍하고 초라하게 합니다.

점수를 가지고 이리저리 뛸 입시철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열중하게 되고 잘하게 되어 사회에 나가 자기의 몫을 찾을 것입니다. 직업인이 아니 창조적인 삶을 살 길을 지금 찾을 때입니다. 세상을 가슴에 다 안고 사는 큰 산 같은 사람이 되도록 우리 교육의 큰 그림을 그릴 때입니다.

 

 

거짓논물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내가 알기로는 교사들의 승진을 위한 점수 따기 논문들은 거의 다 작년 것을 올해 것으로 이름만 바꾸고 통계 숫자만 바꾸어 작성한 것이라고 한다. 아니면 이 도道의 것이 저 도로 가고 저 도의 것이 이 도로 오는 식으로 연구 논문, 연수 논문 들이 돌고 돌았단다. 다들 그렇게 해서 점수들을 땄단다.

자기 연구 실적도 아닌 글들을 가져다 점수를 따고도 전혀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 게 우리 현실이다. 어디 이런 사실이 초등학교에만 국한되겠는가. 점수를 따려고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이 천박한 출세주의가 판을 치는 한 이 악순환은 끝이 없으리라. 중고등학교, 대학에서도 이런 일이 숱하게 벌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대학에서 논문을 사고판다는 말도 예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다. 정부 고위직에 들어가려는 교수들 모두 하나같이 논문 표절 시비에 안 걸려든 사람이 없다.

그러고도 우린 잘 살고 있다. 거짓말을 하고도 남의 논문에 자기 이름을 붙여서 내고도 전혀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 이 거짓말 같은 거짓말들이 대명천지에 버젓이 활개를 치고, 그런 거짓말 같은 사람들이 출세라는 것을 한다. 거짓말을 하고 나서 아이들 앞에 서서 무엇을 가르치는가. 거짓이 통하는 사회‥‥‥ 이것이 바로 우리 교육 현실이다. 싱그러움을, 활기를 잃어간 지 오래되었다. 그 위에 아이들과 교사들의 점수가 높이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