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는 이야기

가을을 나누며

오키Oki 2010. 10. 16. 00:02

 

여주를 처음 보고 처음 먹어보니 생각보다 맛있다며...

 

월요일아침

지금 막 울산에서 출발했다는 지은아빠의 전화를 받았다.

회사에 일이 많아서 여름휴가를  반납한 지은아빠가

가을에 한번... 하시더니 25년 근속휴가를 받았다며

지은엄마와 지리산 둘레길을 걷기로 했단다.

부산에서 손님 두분을 태우고 온다고하여

남편은 친구야 오다가 밥 사먹지말고

점심은 집에와서 착한밥상 받으라고

(요즘은 나물로 차리면 착한밥상이라고 하네요)

우리는 할 일을 접고 어떤손님일까 궁금해하며  

친구부부와 손님을 위해 시간을 내기로 했다.

 

행복은 돈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가짐으로 결정하는 것이니까.

 

우리가 먼저 행복해하면

친구와 손님도 행복해할 수 있을테니

감정도 전염될 것이기에 행복나눔을 하기로 했다.

 

 

 

 

 

머물지않고 시시때때로 변하는 가을의

아름다운 자연을 그냥 보고 있을 수만 없다며

 

 

 

 

 

같이 오신 손님이 점심식사후 차를 마시다말고

갑자기 노래 한 곡을 부르겠다며

자청해서 밖으로 나가시더니

가을에 잘 맞는 가곡 두 곡을 불러주셨다.

 

목소리에 톤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성악과 플라밍고댄스를 아주 잘 추신단다.

 

손님의 작은 몸짓에서 울창한 목소리가

나오는게 신기할 정도였으니

갑작스런 아름다운 선율에 새들도 놀랬으리라.

 

 

 

 

 

친구가 감을 어떻게 따는지 호기심이 발동한 지은아빠 

 

 

 

 

여주를 처음 만져보는 지은엄마

 

 

 

 

여주 처음 들어본다고 하길래 오래기억하라고

경기도 여주는 못 먹지만 이여주는 맛이 달콤하다고요.

 

 

 

 

지은이의 엄마, 아빠가 2박3일의 일정으로

남원에서 산청으로 70km의 지리산순례길을 걷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가 결혼할 때는 지은이가 3~4살

남편은 울산에서 친한 친구가 지은아빠뿐이였으니

나도 그렇고 지은엄마도 그렇고 서로가 많은 의지가 되었다.

 

한번은 지은엄마가 믿는 종교를 지은아빠도

뒤늦게 믿어야겠다며 남편한테 의논을 하더란다.

남편은

"네가 그종교를 믿어서 행복한 가정이 된다면 믿어라"

한동안 낚시를 좋아했던 지은아빠가 

이젠 앞장서서 믿음에 더 열성적인 것 같다.

 

지은아빠가 교리 공부를 시작하자

우리는  적당한 때가 오면 귀농을 하기로 결심했다. 

남편이 다니던 회사와 우리가 살던 사원임대아파트가

아주 가까웠던 관계로 남편은 오후 5시 퇴근후엔 곧장

서점으로 가서 2~3시간동안 책을 뒤적이며 시간을 보냈다.

 

남편의 귀농꿈을 전혀 모르는 회사동료들은

남편이 상사들의 눈치도 보지않고 퇴근을 빨리하니까

아주 든든한 뒷빽이 있나보다고 쑥덕거렸을지도 모른다.

 

어떤 날은 책에 푹빠져 밥때가 되어도 안오면

남편이 자주가는 서점에 딸들을 보내기도 했다.

 

"내 생각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남편은 지금도 다양한 책들이

자신의 인생을 바뀌게 해 주는 멘토라면서

하동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는 걸 좋아한다.

 

 

 

 

살랑살랑 가을바람에 감잎이 많이 떨어져 

그동안 눈에 잘 띄질 않게 꼭꼭 숨었던 감들이 잘 보인다.

큰감나무에 달린게 몇개인지 한번 세어보니

하나, 둘, 셋, 넷, 다섯......

열하나, 열둘......열여덟.

 

 

 

 

 

"딸들아 엄마가 태어난 고향마을에서는

순박한 사람들만 살아서 그랬는지 6.25전쟁이 뭔지도 몰랐대."

 

감나무 뒷편 지리산능선 너머는 내가 태어난 고향도 있다.

합천 황매산이 가까운 산청골짜기 내고향에서는

6 .25사변도 모르고 풍요롭게 지냈다고 했다는데...

외할머니와 동갑이신 외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단다.

 

내고향마을에서 산고개를 넘어서면

신작로가 있었던 외갓집마을에서는

빨간완장을 찬 인민군이 들어와 남자가 눈에 띄면

잡아가곤하여서 10살이셨던 외할머니는 

산속에 숨어지내시는 나의 외할아버지와 외삼촌께

인민군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밥을 날라다 주었다.

하루는 외할머니가 산길을 혼자 걷다가 호랑이와 딱 마주치게

되었는데 호랑이가 그냥 지나가더라며 마을에 내려와서야

얼룩진 무늬가 무서운 호랑이인줄 알았다면서

그당시 아찔했던 상황을 여러번 들려주시곤 했었단다.

 

6.25전쟁은 온 국토가 피해가질 못했을텐내고향에선

빨갱이가 어떻게 생긴줄도 모르고 살았다는 사실을

지난해 가을날 친정엄마로부터 들어 알게되었다.

 

 

 

 

 

녹차아지매 배추가 와그리 작아요~~

건너마을에 사시는 7학년 1반이신 ***아저씨

그저께 저녁에는 블로그에 올려진 배추 사진을 보시고

걱정이 되시는지 전화를 주셨다.

아저씨밭의 배추는 제법 크다며 한 포기 뽑아가라고...ㅋㅋ

 

***아저씨는 환갑나이에 남편한테서

컴퓨터를 배워가셨는데 힘들게 배운 컴퓨터덕분에

농한기인 추운 겨울날에도 지겹지 않고 재미나게

지낼 수 있다고 사모님이 더 좋아하신다고 하셨다.

 

우리 밭에서 키운 채소들이 덜큰하다고 하는데

남편은 자신의 오줌을 모으는데 일주일정도면

한말씩이나 되어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소변의 양이 엄청나다는 걸 모으면서 놀랬다.

 

그걸 큰통에 오래동안 삭혔다가 액비로 주었더니

****아저씨밭의 배추보단 훨씬 작겠지만

우리 배추도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있다.

 

자신의 오줌냄새를 한번 맡아보면

사람이 먹은 음식대로 냄새난다는 걸 알 수 있다.

녹차를 마시고 눈 오줌이라서 액비를 줄때는

구수한 냄새가 나더라며 올해도 덜큰한 배추가 될거란다.

 

 

 

 

 

무화과  

 

 

 

 

 

가을무밭

 

 

 

 

  

 

감사할 줄 아는 습관만 있으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

행복해질 기회는

언제든 눈앞에 펼쳐져 있고

'고마움'이라는 안경을 쓰면

틀림없이 보인다.

 

- 와다 히로미의 오늘하루 좋은 생각에서 - 

 

 

 

 

 

 

 

 

 

 

 

 

어제 저녁 딸들과의 화상대화에서

큰딸이 핼쓱해진 모습으로 나타나

중간시험이 코앞인데 핼쓱해 있으니 걱정스러웠다.

딸들이 재학중인 대학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데이비스캠퍼스에

내년도 1학기 방문교환학생 선발모집에

큰딸이 합격하자 미국에서 몇달간 생활하자면

제법 큰돈이 들어가야 할 상황이 눈앞에 그려지니까 

엄마, 아빠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걱정을 잔뜩하고 있었다.

 

큰딸아~~

지은아빠가 다음에는 외국인들도 데리고 오겠다고하여

엄마, 아빠가 영어회화는 안되지만 

먼저 영어이름 하나씩은 지었다고 자랑했다.ㅎㅎ

 

아빠는 Happy Way 해피 웨이 (아빠이름 이상도의 도道를 ㅋㅋ)

엄마는 Happy Sun 해피 썬 (엄마이름에 황선옥의 선을 )

 

외국인들이 한번 들으면 잘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며 한바탕 웃었단다.

 

언젠가는 엄마, 아빠가 글로벌하게

나눔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ㅋㅋ

네가 지금 대학에서 글로벌과 자꾸 인연이 맺어지는 것은

이다음에 엄마, 아빠를 조금 도우라는 우주의 메세지

아직 내년 1학기가 될려면 여러달 남았으니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말고 그냥 자연스레 흘러가보자꾸나.

 

엄마, 아빠의 말씀을 들으니 힘이 난다며

자신의 흔들리는 마음을 붙들어 줘서 고마워한다.

 

 

 

 

나팔꽃 

 

 

 

 

포플러나무의 잎새가 바람에 흔들리면

잎새 하나하나가 제각각 다 움직이는게 춤을 추는 것 같다.

때론 부드럽게, 때론 격렬하게

 

마당에서 가곡을 열창해주신 손님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나무가 이곳에도 있다며

포플러나무를 보곤 너무 좋아하셨던 모습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