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는 이야기

어느날 갑자기... 불러도 대답없는 이름

오키Oki 2009. 3. 16. 21:46

 

학생들의 놀토에 칠판글씨가 흐릿해 보인다는

작은 딸을 데리고 진주에 단골로 정한 안경점을 찾았다.

1년반만에 들린 안경점에서 시력검사를 다시 해보니

2단계만 떨어졌단다.

학생들은 6개월에 2단계씩 떨어지는게 정상인데

보통 애들보다는 떨어지는 돗수가 낮다며 아마도

녹차를 마셔준것이 효과가 있었던것 같다고 했다.

 

도시, 시골 할것 없이 안경 쓴 사람들이 많아서

안경점은 불황을 안타는줄 알았는데

안경점도 예외는 아닌것 같았다.

마진율이 적은 학생들이 아무리 많아도

어른들이 안경을 자주 바꿔줘야 하는데

어른들의 발길이 줄어드는게 무섭단다.

 

 

 

쑥부쟁이와 쑥

제철에 나는 먹거리가 밥상엔 최고다.

건강담당을 해 달라는 작은 딸에게 밥한술이라도 

더 먹이고픈 마음에 꽃샘추위에도 봄나물을 캤다.

 

 

 

오늘 초대형 황사가 온다더니

정오때 바라본 건너편 마을도 뿌옇게 황사에 휩싸였다.

 

 

 

 

꽃샘추위에 뒤뜰의 매화꽃도 많이 피었다.

 

 

 

아빠가 가마솥에 팔팔 끓여 준 쑥물로

목욕을 하는 딸애의 등을 밀어주는데

 

엄마!!

20대를 상상해봤더니 현시대를 봐선 암울하기만해서

이대로 쭉 10대에만 머물고만 있고 싶은데 어쩌죠?

엄마는 다시 1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세요?

 

에궁 우리 작은 딸이 욕심이 아주 많구나~~~

죽음을 앞둔 노인네가 죽기 싫다고 떼 쓰는 것 하고 똑 같네.ㅋㅋㅋ

 

 

 

엄마는 지금 이대로가 더 좋은걸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마음대로 책을 읽을수 있고

다시 10대로 돌아간다면?

수능공부에만 매여야 하잖아!!

에이구 엄마는 싫다 싫어~~

 

지금 네 처지가 고3이여서 그럴거야

항상 제자리에 머물고만 살아 갈수 없는게 인생인데

한고비 한고비 넘기다보면

20대도 그 나름대로 좋다는 걸 알게 될거야.

 

 

생사의 길은

여기 있음에 두려워

나는 간다는 말도

못하고 갔단 말인가?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 떨어질 나뭇잎처럼

한 가지에 태어나서는

가는 곳 모르는구나.

 

아아, 아미타불이 계실 그곳에서

너와의 만남을

도 닦으며 기다리리라.

 

위의 시는

신라의 월명스님이 아까운 나이에 죽은

누이의 넋에 바친 <제망매가>라는 노래이다.

 

 

나에게도 아버지와 여동생이

사랑하는 가족들의 이름도 한번 불러보지 못하고

구만리 같은 창창한 나이때 불의에 죽음을 맞아 

어느 순간 연기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들 갔다.

 

남은 우리 형제들도 두 사람의

마지막 얼굴도 보지 못하고 떠나보내

아무리 목을 놓아 불러도 다시는

대답없는 이름들로 남아 있을뿐이다.

 

돈 많이 벌면 그땐 좋은 것 해주마고

모든 걸 뒤로 미룬 채...

 

실제로 직접 자기가 겪어보지 않은 일들은 실감을 잘못한다.

나 역시 이런일들을 일찍 겪게 될줄은 몰랐었는데

불의는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 되었고

같은 처지를 겪어 본 녹차아저씨가 있기에

삶과 죽음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할수있어

서로 죽이 잘 맞는 것 같다.

IMF때 이젠 우리의 꿈을 찾아 떠날때라며

남편이 희망퇴직사표를 제출하던 날

난 울지 않고 웃으면서

가족을 위해 10년동안이나 직장생활을

잘 참아준 고마움에 딸들과 박수를 쳐 주었다.

 

 

 

사람들은 너무나 바빠서 스스로 무엇을 하는지,

심지어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곧잘 잊어버립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잊는 바람에

소중한 순간과 기회를 놓치고 뒤늦게 후회하기도 합니다.

가끔씩 여유가 찾아와도

스스로의 내면과 외부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을

감당하지 못해 텔레비젼을 켜거나 전화기를 집어 듭니다.

마치 그렇게 하면

스스로와 현실로부터 도망이라도 칠 수 있는 것처럼.

아픔과 고통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그러나 아픔을 흘러보내고

고통에 미소 짓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살아 있는 지금이 기적의 순간임을

진정으로 깨달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다른 어떤 순간도 아닌 바로 지금,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최고의 순간입니다.

 

- 틱낫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