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맞춰주면 되겠지요
햇쑥
최근 봄비가 자주 내려주니 고맙기도 하다.
겨울방학을 끝내고 다시 도시의 생활이 될 큰딸이
집을 떠나기 전 한번이라도 더
봄맛을 먹여 보내고자 부지런을 좀 떨어 본다.
아직 어려서 손에 겨우 잡히지만
어린봄쑥 한줌집어 넣고 된장국을 끓여낸다.
어울리는 결혼을 원한다면
대등한 사람과 하라
- 오비디우스 -
녹차아저씨를 만나 살아온지 21년이 지났다.
친정엄마한테 신랑감으로 어떤지 좀 봐달라고 했더니
"니는 사람을 볼줄 모른다며
보통 깐깐한 사람으로 안보이는데..."
"엄마!
제가 그사람한테 맞춰 주면서 살테니 결혼 시켜줘용"
결혼식때까지 10번도 만나지 않고 결혼하느라
성격이며 집안이며 자세하게 알지도 못하고 결혼했다.
울신랑 어린나이 8살에 엄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셔서
엄마의 사랑을 못 받고 엄마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단다.
친정아버지는 내가 14살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셔서
반쪽부모밑에서라는 공통점이 작용했는지 모르겠다.
서로의 성격이며 성장과정도 잘 모른채 살아보니
당신 할머니의 여인상을 요구하는 신랑한테는
100%는 못 맞추겠고 80%정도만 맞춰줘도 좋아라 한다.
제약도 많았고
요구도 많았지만
비슷한 처지의 상대자를 만난것이
내인생의 선택에 있어서 최고로 잘 했던 것 같다.
지금 촌에 산다고 해서 생머리를 고수하는게 아니라
결혼생활에서 신혼시절 단 한번 파마를 해봤지만
그것도 안해도 되는걸 괜히 했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생머리가 생활에 있어 편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큰딸도 작년 대학 새내기때 퍼머를 하면
머리손질이 편한 줄 알고 한번 해 보더니
오히려 더 불편하더라며 미용학과에 다니는
고교동창한테 찾아가 풀고 오기도 했다.
엄마가 괜히 생머리로 있는줄 아냐며 야단은 쳤지만
언니의 경험을 새겨 듣고 제동생은 따라하지 말면 좋겠단다.
녹차아지매 지금 섬진강인데 ?
밥 좀 먹을수 있을까?
우린 막 점심식사중인데...
몇사람인데요?
OK
퍼뜩 다시 쌀 앉힐테니...
비오는 휴일날
갑자기 손님을 몰고와서 미안하다고
웃고 떠들고 놀다가니 그냥 좋다.
그냥 생각나서 그냥 얼굴보고 싶어서 찾아오니
나도 그냥 있는 찬에 상을 차렸지만 그냥 좋단다.
친구도 아니라면서 친척도 아니라는데
형제간도 아닌데도 그 당당함에...
갑자기 휴대폰에대고 밥을 해놓으라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걸보고
같이 오신 손님이 무척 궁금해하셨단다.
녹차아저씨 우리 청학동에 왔는데요?
일행과 그쪽으로 넘어갑니다.
먼길 나서서 지나가는 길에
그냥 얼굴보고 싶어서 그간의 얘기
조금이라도 풀어놓고 가야 이다음에
또 그냥 소식이 궁금해지면 들렀다 가겠단다.
울부부가 바깥세상 나들이를 잘못하는 대신
그분들이 지나가는 길에 일부러 오시니 고맙기도 하다.
내가 사는 세상은 나 자신과 울신랑이 함께 만든 것이다.
나는 울부부가 함께 만든 그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
"나는 지금 왜 이곳에서 이렇게 살고 있는가!"라고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나만의 삶을 살면서
내가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모든 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변화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 것이기에... ㅋㅋㅋ
휴일에 오셨던 손님중
봄날은 간다의 열창이 아직도 귓전에 맴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흩날리더라~~~~
냉이
무당벌레처럼 작은 벌레인데 다홍색이 이뻐서...
개구리알무더기
머위
돌나물
매화
매화
돌나물
미나리
봄동과 상추
광대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