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는 이야기

때론 네탓이오 ㅋㅋㅋ

오키Oki 2008. 12. 7. 16:45

 

지난 금요일에 잠깐이나마 눈바람이 몰고온 강추위가

주말과 휴일은 물기가 닿자마자 얼어버리는 매서운 추위다.

화개골에서 1월에나 접하던 날씨가

12월 중순이 되기도 전에 찾아와 당황스럽기만 하다.

 

그동안 추위가 덜한 날에는

둘이서 도배하느라 낑낑대며 보냈다.

처음 만지는 전통한지로 도배를 하느라

전통한지에 익숙지 않아서 도배도우미로 나선

나한테 그것도 딱딱 못맞추냐고 언성도 높았다.

 

천장과 벽에 도배를 해보기는 이번이 두번째다.

울산의 단칸방 셋방시절은

조금만 살다가 이사가겠지라며

버틴것이 5년반이였는데 3년정도 살다가

토요일밤에 어린 두딸들을 억지로 재워놓고

밤새도록 둘이서 도배를 했던 적이 있었다.

 

높은 천장에 긴 벽지를 붙이느라 애를 먹던 일과

방도배가 다 끝날때쯤에 손발이 척척 맞아져서

부부도배사로 나가보자며 힘은 들었어도

환해진 방안을 둘러보고 웃으며 도배를 끝냈다.

 

그동안 도배할일이 없어서

깜빡 잊고 서로 한번도 끄집어 낸적 없던

17년전 토요일밤의 방도배일을 생각하니

괜히 또 도배하자고 했구나 싶었다. ㅋㅋㅋ

 

 

 

 

태어나 두번째 덤벼보는 도배도우미

예전에 셋집이라면 이젠 우리집에 하는 도배여서

더 신경이 쓰이고 더 야무지게 하고픈 마음은 둘다 똑같다.

 

한옥은 초지를 먼저 한벌 바르고 두벌째 한지를 바른다.

딸들방은 초지가 발라진지 오래되어 시작했는데

벽을 먼저 도배하고 풀칠한 한지에 익숙해지면

천장을 했으면 좋았을것을

둘다 깜빡 잊고 천장부터 덤벼들어

내탓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서로 네탓이오를 탓하며

겨우 천장을 마감할수 있었다.

 

 

 

 

표백제가 들어가지 않은 전통한지는

수입밀가루보다 풀에 찰기가 더 많은 국산밀가루로 풀을 쑤었다.

밀가루1kg이 한솥인데 지금까지 세솥반이나 쑤었다.

풀한솥을 쑤어낼려면 꼼짝없이 30분은 저어줘야 하는데

 

 

 

 

ㅋㅋㅋ이런 각시를 두고도 도배일할땐

풀칠도 제대로 못한다 그러고 손발도 딱딱 못맞추냐고

신랑한테 욕을 얻어 먹어도 도배도우미를 그만 둘수 없으니...

 

 

 

 

무는 뽑아서 저장해두고 시래기감은 삶아 말렸다.

 

 

 

 

시래기국을 한솥 끓여놓고 도배일을 하면서 먹는 밥맛은 꿀맛이다.

 

 

 

 

신랑은 온돌방에 불도 지펴야 하고

각시 목욕물도 데워주고...

 

 

 

 

딸들방을 제외하곤

우리집은 사람 앉은키높이 까지만 초지만 발라졌던 상태여서

집안 구석구석을 먼저 초지로 한번씩 발라주고

두번째는 전통한지로 발라줘야 하는 큰 도배일이였다.

 

 

 

 

서까래 사이사이마다 먼저 초지로 한번씩 발라주고

 

 

 

 

기둥을 받친 높은 벽에도 초지를 한번씩 발라준다.

 

 

 

 

초지가 발라진 곳에는 전통한지로 발라줬다.

 

 

 

 

각시힘을 빌리며

온돌방인 큰방의 장농도 들어내서

초지, 한지 두번씩 발라준뒤는

장농의 옷들을 다시 챙겨 넣어가며

이사짐을 싸고 푸는일이랑 똑같다.

 

 

 

 

아랫목이 검게 그을려서 손댄김에

종이장판까지 발라 콩기름을 먹였다.

 

 

 

 

딸들의 방에만 우선 헌 창호지를 다 뜯어내서 다시 발라주었다.

 

 

 

 

한옥 20평을 가지고 여러날에 걸쳐 낑낑대며 도배를 하고 있다.

흙빛이였던 벽에 금이 갈라진 상태를 보고서도

그동안 그냥 살다가 이젠 더 이상

벽에 금이 가지 않을 시기가 되었기에

농한기때에 도배하기를 잘 한것 같다.

2~3일 정도면 되겠거니 했는데

예상보다 오래 걸리니

멋모르고 봄, 가을에 시작했더라면

사람을 사서 해야 할뻔 했을지도 모르겠다.

 

도배사에 맡기면 일이 수월할지는 모르겠으나

손수하는 것보다 애정이 덜 했을지도 모를일이다.

아직 부엌과 거실을 다 끝낼려면

30%정도의 일이 더 남아 있는데

천장이 너무 높아서 사다리까지 들고와

도배를 하고있어 남편이 수고한다.

나도 물론 초지, 한지 풀칠하는 일도

힘들지만 그래도 남의 집일이 아니라

우리집일이니까 참으며 할만하다.

 

이번 한번 수고해서 도배를 완벽하게 해놓으면

더 이상 크게 손댈것도 없이 흠집이 난 곳에만

한지를 덧붙여가면서 살아도 되겠단다.

 

각시야 얼매나 좋노~~~

우리의 남은 인생은

자꾸 새것 사서 재어다 놓을 필요없이

덜어내고 덧붙이면서 살면 된다.

니한테 참말로 고맙데이~~~

 

이말 한마디에 욕먹던 일이 순식간에 풀리며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