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사는 이야기

나도 할수 있으예~~

오키Oki 2007. 12. 3. 17:10

12월 첫휴일은 느지막하게 겨울비가 내렸다.

녹차아저씨의 겨울은 산에서

땔감나무를 해와서 군불때는 일이 많아진다.

 

군불때서 방도 데우고 가마솥에 세숫물도 끓이고

휴일엔 목욕물까지 팔팔 끓여 준다.

 

우리도 TV와 휴대폰은 마음 먹으면 살수 있다.

요즘은 쉽게 돈이면 모든 것을 산다.

아이들에게 어떤것이든

쉽게 얻을 수 없다는 것은 알려주는데

그래서 우리가 좀 힘들게 살아줘야 한다.

 

남들이 다 갖는다고 해서 꼭 필요치도 않은데

우리도 덩달아 살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있는것 보다 없어서 좋은 점이 더 많지 않냐고.

 

 

 

지난 여름과 가을에 비가 많이 내렸던 관계로

조롱박도 어렵게 얻었다.

 

 

 

삶아서 건져낸 조롱박은 겉껍질과

박속을 깨끗하게 긁어내고 그늘에서 잘 말린다.

 

 

 

차씨앗이 필요한 분들께 다 돌아가고

남은 차씨는 베개속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말렸다.

차씨가 동글동글해서 끝이 뽀족한

매실씨앗 베개보다는 훨씬 부드럽다.

 

어렵게 차씨앗으로 녹차씨기름도 한병 짜 두었다.

 

 

 

산에서 따온 똘배는 잘게썰어 잘 말렸두었다가

감기가 들때 차로 끓여 마시면 되는데

똘배차는 온종일 학교에서 지내다오는 딸들이 다 마신다.

 

 

 

한잎도 남겨두지않은 버드나무와 나뭇잎 옷을

벗기 싫어하는 꿀밤나무가 찬바람을 맞는다.

 


 

무는 어릴때 비를 많이 맞아서 안될것 같았는데

김장무 수확이 예년의 반은 안되지만

이만큼만 나온것만도 고맙게 여긴다.

 

내욕심엔 웃거름을 좀 주면 좋은데

우리 녹차아저씨 사전에는 웃거름은 절대 없으니...

무가 크기는 작아도 맛은 달고 시원하고

김치 담글때 설탕을 넣지 않아도 된다.

 

 

 

무잎사귀는 겨울철 웰빙 시래기감이 된다.

 

 

 

지난주엔 힘들게 키운 배추를 뽑아서 김장을 했다.

 

ㅎㅎㅎ 살다보니 내인생에서 최고로 따뜻한 날

12월이 되기전에 김장을 다 해봤다.

우리마을에서도 해마다 제일 늦었는데

이번 김장은 제일 빨랐다.

 

 

 

한날 한시에 똑같이 심어도 다 자란 배추는

크기가 제각각으로 똑같은게 하나도 없다.

 

자연의 바람과 따스한 햇빛과 비를 맞고 자라서

우리가 해준 것은 밑거름 한번과

벌레들을 자주 잡아 준것 뿐이였다.

 

 

 

우리배추는 묶어주질 않아서 푸른잎이 많은데

배추를 반 갈라보면 살았던 벌레가 뚝 떨어지기도 한다.

 

 

 

크고 작고 중간치 모두 합쳐서 50포기정도 된다.

 

 

 

시골살이 10년동안

잃었던 것 보다 얻었던 게 더 많았던 것 같다.

10년동안 송년회도 없었고 가족여행도 없고

노래방출입은 마을사람들과 딱 한번 가봤고,

영화관에서 영화구경도 한번뿐이지만

관광지인 이곳 돈이면 해결이 쉽게 되는 곳에 살면서도  

이것저것 다 못해보고 산다고 해서 불평불만은 없다.

 

먹는 것도 참아 보고

갖고 싶은 것도 참아보고

놀고 싶은 것도 참아보니 좋더라.

 

행동을 바꾸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쌓여서 내 인생이 된다.

작은일에도 겁많고 소심했던 것들이

맘 먹고 해보니까 나도 할수 있다를 배웠다.

 

남편은 회사를 그만두고 나이 40세에

우리집 대표로 컴퓨터를 처음 배우고와서

나와 딸들에게 가르켜주어서 시골에 살면서도

우리 식구는 도시인보다 일찍 컴맹에서 벗어 낫고

남들에게도 가르켜주는 역할도 해봤다.

 

10년동안 변화된 인생도 훌쩍 지났으니

또 10년후 우리부부의 인생 밑그림을 다시 그려놓고

아름다운 색을 입히기 위해 농한기인 겨울에도 노력할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이 옆에 있고 꿈이 있으니

하루가 퍼뜩 지나간다.

 

이젠 좁은 무대를 좀 벗어나고

더 넓은 세계를 인생무대로 삼는다.

 

나도 할수 있으예~~

 

 

20대인 어떤 청년이

결혼해서 자식을 낳으면 공부를 억수로 시키겠단다.

전문대학 나와서 막상 현장에서 일해보니 너무 힘들다면서...

녹차아저씨는 하도 기가 막혀서 아무 말도 못해줬다.

아직  젊은 나이인데 자기자신은 공부할 생각을 안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