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하고 싶어할때
눈앞에 거슬려도 큰돌을 움직이는 일은
몇년이 지나도 만지기 싫을 때가 있단다.
마음이 하고 싶어할때 하면 일이 잘 된다며
마음갈때 일하면 된다고 하더니
비가 올것같은 날씨인데도 아침부터 돌을 만진다.
시작하면 또 끝을 보는 성미여서
일하는 중간에 가랑비가 부슬거려도 손을 안 놓고 있다.
비올땐 빨래도 말리지 못하는데
흙물 뒤집어쓴 빨랫감을 주는게 미안하다고
개울에서 대충 흙물만 빼서 갖다 준다.
각시야~~
내가 무슨 바람이 오늘 불었는지 모르겠다.
일손 놓고 온 우리 녹차아저씨의 얼굴에는
깔따구에게 방방방 온얼굴에 다 물려 벌겋게 되었다.
깔따구와 모기가 숫놈들이라며
왜 맨날 내만 문다고 투덜거렸는데
오늘은 암놈 깔따구가 얼마나 독한지 ㅋㅋㅋ
당신도 이번참에 알게 되리라.
장마철 비갠 뒤의 맑은 하늘
매미는 키큰 느티나무에서 슬프도록 아름답게 운다.
큰바위에 붙은 매미허물
매미는 땅속에서도 어려운 수학을 척척 잘하는데
그들의 종족보존을 위해서 5년 7년 9년...
홀수해가 아닌 소수해를 맞추어서 부화를 한다고 한다.
다래넝쿨로 올라가는 조롱박넝쿨
기왓장의 벌집
토마토
우리식구더러 상추는 이제 그만 먹으란다.
장마철의 산에는 먹을것이 너무너무 없다고
밤마다 텃밭으로 내려오는 노루가 뜯어 먹고 간다.
여름철에 입맛 돋우는 정구지(부추)
고구마순과 열무
우후죽순인 옥수수밭
감자밭에 심어진 옥수수
감자줄기는 장마가 오기전에 다 쓰러졌고
아직 캐지 않은 감자만 땅속에 남아있다.
고구마순과 들깨순
차밭골에서 피는 박꽃
콩밭
자연(自然)은 스스로 그러하다고 한다.
나도 몸살이 나면 약도 안먹고
입맛도 없으면 밥도 안먹고
그냥 실컷 앓고 푹자고 일어나면 괜찮다.
우리밭의 차나무가 두달간 몸살을 크게 앓았다.
그냥 내버려두고 지켜만 보고 있는데 이번주부터
차나무들이 스스로 아픔을 털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까스라진 차잎 사이로 파릇파릇한 새차잎들이
이쁜 몸짓을 하면서 피고 있다.
이웃들은 우리차밭을 보면서
저것들 어떻게 손도 안쓰고 있다며 걱정을 하셔도 우리는
내년봄에 찻잎을 딸수 있을거라며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그냥 봐주기보다 당장 어떻게 해보겠다는
욕심이 먼저 앞서는 사람의 간섭때문에
식물은 스스로 회복할 기회를 놓치고 있는 줄도 모른다.
맑은 날 점심먹다가 배나무에 눈이 박혔다.
물까치가 작은 배를 쪼아 먹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새들이 쪼아 먹기 시작했다면 배에 단맛이 있다는 증거
올해는 새들에게 빼앗기지 말고 우리도 좀 먹어볼까나?
더 크게 키울려고 기다렸다간 하나도 남아 있는게 없을테고
돌배 크기만한 작은 배들을 몽땅 따서
여름방학중인 우리 딸들한테 먹였다.
큰딸의 수능시험도 백일정도 남짓이다.
올여름 잘 보내야 할텐데...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피하는 들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