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방에도 있다
지리산 가을단풍이 붉게 물들어 가는 휴일이다.
점심때는 밥한술 뜨고 앞산 한번 쳐다보고~~~
일부러 단풍구경 가질 않아도 붉은 단풍이 늘 눈속에 들어온다.
멀리있는 앞산 꼭대기엔 단풍이 지기 시작하는것 같고
가까운 앞산은 한창 내려오는중으로
다음주엔 절정일것 같다.
휴일 아침부터 이곳에 있는 고추대를 다 뽑아내고 겨울초를 심을려고 밭을 일구었다.
그냥 묵혀두면 건너편에 있는 이웃집 염소들이 겨울에 밭으로 들어온다.
뽑아 놓은 고추대엔 아직도 푸른 고추가 싱싱하게 많이 달렸는데
아깝지만 내년을 기약하고 풋고추와 고추잎을 땄다.
오전에 맑은 가을햇살을 받으며 뒷산에 곱게 물들어 내려오는 단풍도 구경하면서...
측백나무 꼭대기에 앉은 까치가 목청껏 울어 손님이 온다고 예고를 해주는데
한시간 뒤에 까마귀가 울고가는 바람에 오겠다고 연락을 주신 손님은
온종일 기다려도 오질 않는다.
호박잎쌈에 풋고추, 고추잎나물, 싱싱한 오이, 가지나물, 호박나물, 된장국...
울집 점심반찬 함께 드실 행운도 놓치고...
점심밥 짓는 동안 딸들은 춥다며 밖으로 나가 가을햇살 듬뿍 받아 먹고 있다.
마당에 있는 작은 거름이 바람불면 도망가기에 아까워 밭으로 가져 갈려고 한다.
조금 남아 있던 밤으로 군밤을 만들어 본다.
가마솥에 저녁밥을 짓는 동안 군밤을 먹는 딸들이다.
화개온천휴업으로 마을아래 목욕탕에 사람이 너무 많아
앉을 자리가 없다며 그냥 왔는데
찬물에 머리감고서 군밤 먹느라 정신없다.
가마솥을 산지 10년은 된것 같다.
가마솥에 밥을 하면 어떤현상이 나타나는 줄도 모르고
그저 좋아서 산것인데
주방에 있는 가스렌지에는 넘치는 밥물이 감당이 안되어
그동안 자주 사용을 못하고 있었다.
요즘은 다시 가마솥을 꺼내어
나물도 볶고 국도 끓이고
이젠 바깥에서 가끔 밥도 지을것이다.
가마솥에다 밥을 지었더니 누렁지가 나왔다.
빡빡 끓어서... 하나도 남지 않았다.
군밤 먹으러 오질않아 찾아보니 어둠이 내린 배추밭에 물을 주고 있다.
가을은 밖에만 있는것이 아니라 안방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