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지은 매실농사를 끝내놓고...
6월들어 처음 내린 단비에
차나무도 풀잎도 텃밭의 작물들도 비를 흠뻑 맞았다.
비가 내려서 더위가 한풀 꺽였는데
그동안 비도 안오고 날씨마저 너무 더워서
매실을 따느라 땡볕에 땀도 꽤나 흘렸다.
아침부터 물만 마시고 버티다 산을 내려오면 오후3시
한병이나 들이 마신 물도 땀으로 다 빠져서 소변도 안보고 온다.
쉬지않고 많이 딸때는 3자루 반정도
딴 매실이 한자루가 다 차지 못하고 반자루만 차일때는
어쩔수없이 반자루를 들고 나가는 것은 내몫이다.
자루를 쳐다보면 무거워서 어떻게 들고가지?
닥치면 여자라도 없던 힘도 생기는데
애기 업듯이 어부바해서 풀도 안밴
산길을 아슬아슬하게 빠져 나온다.
늦은 점심먹고 손으로 다 매실을 선별해서
택배를 보내야 편히 다리를 뻗을 수 있는데
저녁때여서 밥한다고 동동그리다가
목감기에 걸려서 고생도 좀 했는데
오늘은 몸이 좀 낫는 것 같다.
내친구는 인터넷에서 장사를 왜 안하는지 궁금해서 물어왔다.
응~~ 그거
우리가 답답해야 할게 하나도 없고
옳게 지은 농산물을 몰라서 구입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더 불쌍하고 농산물을 사라고 알리지 않아도
외관상태 따지지 않고 농산물만 정직하면
사겠다는 소비자가 있으면 더 반갑다고 했다.
올해는 매실작황이 다 안좋아서 매실가격이 좋았던 모양이다.
우리부부가 거둔 매실은 시세변동가격을 따르지 않고
오래전부터 고정가격인데 그렇게 비싸지도 않고
우리도 노동력댓가에 만족하고 소비자들도 만족한 선에서 판다.
도시 소비자들에게 비싼 가격에 팔아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음식을 먹고 건강하게들 살아가는 그 모습들을 그리는데
그런 마음을 알고 모양이 아니라 마음과 정성이 들어있는
농산물을 사먹을수 있어 참 좋다하는 마음으로
우리집 농산물을 구매해 주신분들께 감사드린다.
화개의 온 산과 들에는 지금 밤꽃이 한창 피어 있다.
내가 사는 농촌의 화개는
어느 한가지도 겹치지 않고 계절별로 수확할수 있다.
2월엔 고로쇠물,
4월과 5월은 녹차
6월은 매실
9월은 밤
10월과 11월은 차씨따기
그리고 농촌의 면단위에서 큰 축제가 쉽지 않은데
봄에는 벚꽃축제와 녹차축제가 열린다.
여름은 화개천에 휴가객들이 찾아오는 물좋고 산좋은 곳이다.
물까치의 집이 있는 가지엔 꽃이 피다 마는데
밤나무가 고사할려고 하는것 같다.
밭에 일하러 밤나무 근처에 지나칠려면
물까치들이 꽥꽥 거리며 머리위로 날아가 겁을 준다.
잘못 건드리면 새똥도 날릴기세여서 모자는 필수다.
콩을 심을 곳은 망초가 피어 큰항아리의 키를 훌쩍 넘었다.
비도 좀 내렸으니 내일은 콩을 심어야 하겠는데
망초 사이에 콩을 심어서 비둘기를 속일 계획이다.
녹차아저씨의 초등학교 동창생들이 지난 휴일에 방문 했다.
날 귀찮게 안하겠다고 여동창들이 오곡밥과 횟감으로
푸짐하게 준비를 해와서 우리식구는 잘 얻어 먹었다.
진해에 사는 동창분이 지난해 마지막 매실따는 날 왔었는데
꼭 1년만에 부산에 사는 동창생들을 데리고 놀러왔다.
35~6년만에 처음 만나는 여동창생들이 서스럼없이
상도야~~
상도야~~
상도야~~
지금까지 신랑이름을 한번도 함부로 불러보지 못했는데
내앞에서 신랑이름을 내놓고 부르는 아줌마들이 있다는 사실이
함께 어울리기가 어색했고 도시학교를 나와 동창을 만나는 일도
어울러서 놀러를 가는일도 없었던 나는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매실따기를 6일 망종날에 시작해서 13일에 끝을 냈다.
매실이 익을려고 할때면 우리 산매실은 볼품없이 쪼그라든다.
우리 산매실나무의 상식이 부족했던 초창기때 한해는
매실효소(엑기스, 음료수)는
푸른것 보다 조금 익은것이 낫다는 마을분들의 풍문으로
매실따기를 조금 늦추었더니 딸게 없을 정도로 쪼그라들어
매실농사를 망친 경험이 있었다.
약을 안친 매실을 오랫동안 놔두면 저렇게 되는줄도 모르고
마을분들의 말만 듣고 약을 치는 매실나무와 똑같이 받아들이는
바보같은 짓을 했었는데 그때는 매실수확도 적은때여서
좋은 경험을 쌓았다고 할수 있겠다.
어제는 올해 마지막으로 매실을 따러 산으로 들어간다.
길이 포장이 안되어 있어 지게로 다 져다 날라야 한다.
각시야~~ 잘좀 찍어봐라~~
차나무와 밤나무 그리고
지게를 맨 신랑이여서 더 잘 어울린다.
주변이 온통 바위여서 떨어지면 금이 가서 깨지기 때문에
매실에 상처를 안내기위해 매실나무에 올라서서 땄다.
어미새가 오랫동안 품었다가 5일전에 부화했다.
어미딱새가 새끼들에게 먹일 벌레를 잡아 나른다.
새끼들이 부화하기전 한두번 들여다보던 아비딱새는
코빼기도 안보이고 어미딱새만 바쁘다.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들어간다.
새끼들은 먹이를 물고 오는
어미새의 신호소리를 듣고
잠을 자다가도 일어나는데
신발장에 새집이 있어 부엌문을 열고 나갈때면
먹이가 입에 들어오는 줄 알고 일어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