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얻는 먹거리
아이들의 놀토에 찻잎따기도 쉬고 고사리를 끊으러
녹차아저씨를 따라 용강마을에 있는 산(4천평)으로 올라 갔다.
물만난 물고기 마냥 좋아서
산을 쫓아다니는 포옴이 펄펄 날아다니더란다.
올봄 처음으로 각시니가 따라 나서서 고사리를 끊는데
내는 그냥 좋을수 밖에 더 있겠나.
고사리는 녹차하고 꼭같이 겹쳐지니까
어쩔수 없이 녹차아저씨 혼자 끊어다 놓았다.
내가 봐도 고사리를 끊는 포옴이 촌아지매 다 됐다. ㅍㅍㅍ
안그래도 휴일에 차잎따기도 쉬고 해서
모처럼 고사리를 끊어보니 피로가 확 풀린다.
차잎딸때는 한자리에 꼼짝않고 붙어 있으면
오히려 성하던 다리도 아파서 잘때도 아리는데
산에서 오르락내리락했더니 좀 낫는것 같다.
합다리나무잎을 끊는 중
둘이서 끊은 고사리에 합다리잎을 보태어서 들고 내려가는데
각시가 오니까 고사리가 배로 늘어 났단다.
삶아서 말리면 두근도 안될텐데 말이다.
은행나무
산속에 있는 차나무는 바위와 더불어 자란다.
고사리를 끊고 있자니
화개동천 건너 모암마을에서 상여소리가 들려왔다.
화개동천을 기준으로 동서로 마주보는 화개골이여서
높은 곳에 있으면 건너마을의 방송이 더 잘들린다.
누군지 모르겠으나 차잎따느라고 한창 바쁠때 돌아가셔서
마을상조계군들에게 좋은 소리도 못들었겠네라고...
월요일 차잎을 따러온 놉아지매들중에 한분이
화개골에 사는 63세인 외삼촌이 돌아가셨는데
우리가 들었던 상여소리의 주인공으로
차를 많이 만들다가 과로가 겹쳐 밤에 돌아가셨단다.
우리도 차를 조금이나마 만드는 사람으로써
고인의 명복을 빌어 본다.
둥글레
제피나무에 열매가 열리기 시작했다.
녹차농사가 화개골 전역으로 번지기전에
일본에 수출한다고 5월중순쯤 따서 파는 농가도 있었다.
일본사람들은 익은 제피보다 푸른것을 좋아하는데
회를 많이 먹기 때문인것 같다.
용강마을에서 내려와 차문화센터가 보이는
산(4정보)으로 들어갔다.
경상도는 제피나무 전라도는 젠피나무
거의 대부분 산초나무라고 부른다.
이틀동안 두다라이 따서
여러달 먹을 반찬을 만들어 놓았다.
머구(머위)도 베어오고
찻잎따기를 쉴때 먹거리를 해놓아야 바쁠때 그냥 넘길수 있다.
딸들에게 모시잎전을 부쳐 주기위해 따 왔다.
휴일 오후에 놀러온 가족들에게
통밀가루로 모시잎전을 몇장 부쳐서 맛보였다. .
우리집에 놀러온 사람들은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경우는 거의 드물고
장모와 장인을 모시고 오는 경우가 대체로 더 많다.
진주에 사시는 장모님은 집앞에 늘려있는
쑥을 보자 손으로 우둑우둑 뜯기 시작했다.
딸부부가 맞벌이를 하고 있어
초등학교에 다니는 연년생인 손녀들의
조그만 입에 한입 쏙 들어갈수 있도록
쑥떡을 해먹이고 싶어 졌을 것이다.
인근 농촌으로 놀러가면 아무데서나 쑥을 캐지 말라고
아파트에서 안내방송도 있었다며 쑥을 쳐다보시더니
아이구 쑥봐라 하시며 검은비닐 두봉지를 채우고서야
그만두고 차를 마시러 들어오셨다.
매실 원액(엑기스)을 따르고 남은 매실건더기에
술을 부어 두었다가 4개월만에 걸렀다.
술맛요?
끝내 주고 소화제로도 그만인데
우리 주부들이 아주 맛있다고 좋아할 술이다.
6월에 나오는 매실로 원액(엑기스)를 담은후
버리지 말고 다시 재활용하면 된다.
특히 산에서 따오는 우리집 매실을
재활용 안하는 분이 있었다면 정말 미워할테야.
산속의 야생차는 조금 피자마자 픽 벌어지는데
차잎따기가 끝날무렵 참았던 비가 내렸다.
화개골의 생엽가격이 너무 떨어져
차를 만들지 않는 농가는 놉비도 안나온다고 울상이다.
우리가 귀농을 서둘러서 10년전에 안하고
만약 지금 귀농을 한다면 애들공부까지 시키면서
차농사만 짓고는 살아가기 너무 힘들어서
도로 도시로 나가자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녹차아저씨도 같은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