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재료 한두 가지가
없거나 부실하다고 해서, 나머지 재료들이
시들어 가도록 요리를 한없이 유보하거나
포기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생은 지금이다.
이 땅 위에, 하늘 아래, 우리가 살아가는 한,
항상 있는 것으로 충분할지 모른다.
- 전경린의 <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 중에서 -














제목 : 광주생태귀농학교 9기생의 생태농 체험
2004/10/31
피아골 단풍제며 악양 대봉감 축제도 있는 시월의 마지막 날이다.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이 아쉬운 듯 하늘도 청명하여
화개골엔 가을 햇살 듬뿍 받기 위해 가을 산행을 온 이들이 많았다.
오전 10시 반 제9기 광주 생태 귀농학교의 수강생들이 현장견학을 왔는데
먼저 야생녹차꽃이 만발한 산을 둘러보았다.
부모 따라나선 어린이부터 올해는 연령층이 다양해 보였다.
우리 산은 차가 들어가지 못 하며 말 그대로 야생녹차가
살기 좋은 곳으로 도로가에서부터 걸어서 가야 한다.
좁고 비탈진 오솔길을 꼬맹이들도 잘도 걸어가고...
밤도 다 떨어지고 감도 떨어지고 없는 산이지만
차꽃이 만발한 산엔 차꽃 향기가 가득한데
오늘은 많은 사람들 때문에 사람향기까지 퍼져 우리 산이 깜짝 놀랐을 것 같다.
차꽃이 있는데 당연히 벌이...
오늘은 꿀벌들이 놀래서 도망가고 차꽃 따는 남자분들이 벌이 되었네예~~
유학 다녀오신 언니 수녀님도 오늘은 차꽃 향기에 취하고...
꼬맹이들도 처음 구경하는 차꽃이 신기한 듯...
차꽃도 따고 떨어진 차 씨까지 주워 화분에 심겠다며 좋아한다.
김수사 님은 달려있는 감나무를 발견하자... 웬 횡재!!!
서 신부님 우리 이감 몽땅 따서 수도원으로...ㅎㅎㅎ
신부님!!! 감 날아가요~~~~
신부님과 수사님의 합동작전으로 이렇게 감은 수도원으로 갔으예~~
가을 햇살 아래 차꽃 향기에 취해서 그런지
모두들 혈색이 더 좋아진 것 같으네예~~
아쉽지만 발길을 돌리고 다음을 기약하네요~~
귀농 관심 질문 핵심인물 들이라예~
우측 빨간 조끼 언니는 연속 2회 수강생으로 올해 또 오셨으예~~
차꽃 향기에 취해 산에서 돌아오니 배도 고프고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개인별로 도시락을 지참하라고 했다는데
일부는 전달이 잘못되어 식비를 챙겨 오셨다.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이 마냥 부럽고~~
짜장면 배달될 때까지 기다려야징~~
이런 줄도 모르고 녹차 빵 만들어 놓고 산에 따라갔으니~~
3분의 1이 식사를 늦게 하게 되자 급하게 밥을 두솥하여
배달된 짜장면과 함께~
야외에서 먹는 짜장면 꿀맛이다.
산에 갔다 오니 더 맛있네~~
녹차밥 이래~~
신부님 도시락 얻어먹으려다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는데...
일찍 감치 식사를 끝낸 수도원팀
나 홀로~~
ㅎㅎㅎ 우리 두 딸도 오랜만에 짜장면 먹어본다.
너무 맛있다~~ 이수연
식후엔 녹차 한잔으로
녹차 아저씨는 질문에 답변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콩을 털지 못하고 있었더니 콩 타작을 해준다.
녹차 아저씨가 예~ 생태 귀농은요?
플랫카드 글귀에 다 적혀 있다네요.
생태적 삶, 자립적인 삶,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삶이래요.
왜? 란 질문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지 각자 한번 생각해 보면 된답니다.
올해 다시 되돌아올 수 없는 시월의 마지막은
귀농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날이다.
모두 건강하이소~~
오늘 딴 찻잎으로 만들 수 있는 차꽃 술 담그는 법이라 예~ 참고 하이소~~~
차꽃은 잘 말려 두었다가 차맛이 떨어질 때 찻잔에 꽃 한 송이를 띄워 향기를 살리기도 하고 꽃술을 담그기도 한다. 차꽃을 딸 때는 꽃망울이 막 터졌을 때 따야 하얀 꽃잎이 깨끗하고 황금색 꽃술도 아름답다.
차꽃을 오래 보관하려면 말리는 과정에 신경을 써야 한다. 꽃을 따서 바로 비닐봉지에 넣으면 꽃잎이 누렇게 떠버린다. 종이 봉지나 나무상자에 담아 집으로 가져와서 넓은 대나무 채반에 한 송이 한 송이를 떼어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말려야 본래의 꽃 모양과 색깔을 그대로 지니게 된다.
일반적으로 꽃술을 담글 때는 젖은 꽃잎채 담그는데 생꽃으로 술을 담그면 빛깔과 향이 다 우러나오기 전에 꽃잎이 물러져 술이 탁하다. 말려서 사용하는 것이 술빚이 맑고 곱다. 다른 꽃은 향기가 많다가도 마르면 향기가 나지 않지만 차꽃은 마른 후에도 향기를 잃지 않는다.
보관만 잘하면 일 년을 두어도 처음 향기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 늦가을에 담근 차 꽃술은 연말연시 가족 모임에 마시면 알맞도록 익어 있다. 숙취가 적고 달작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좋아한다.
세계 어떤 고급 칵테일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빛깔과 은은한 향기의 차술은 외국 손님이 왔을 때 자랑스럽게 대접할 수 있는 우리의 술이다.
1.5리터짜리 주스병 가득 술을 담근다면 마른 차꽃 50g과 소주 작은 것 3병 설탕 50g이면 된다. 술을 즐기는 이들은 설탕을 넣지 않아야 제맛을 낸다고 한다. 설탕은 발효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한다.
밀폐할 수 있는 병에 꽃, 설탕 순으로 켜켜로 넣고 꽃잎이 숨 죽으면 소주를 붓는다. 설탕을 넣지 않고 꽃에 술을 바로 부었을 경우에는 마른 꽃잎은 가벼워서 위로 뜨게 된다. 하루에 한 번씩 술병을 흔들어 주면 고루 우러나온다.
2~3일이 지나면 꽃이 발효되면서 황금색의 꽃술에서 물감 같은 색을 풀어내 하얀 소주가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색으로 변한다. 맑은 향기는 소주의 특유한 냄새도 없애준다.
꽃을 오래 담가 두면 술빛이 탁해진다. 일주일 지나면 거름망에 술을 바쳐 꽃잎은 걸려 내고 말갛게 바쳐진 차술을 그늘 지고 서늘한 곳에서 한 달쯤 숙성시킨다.
잠 안 오는 긴 겨울밤 차 꽃술 한 잔으로 분위기를 돋우면 정분이 없던 부부도 금실이 좋아진다 해 차 꽃술을 합환주라고도 했다. <이연자 / 차가 있는 삶>에서 뽑아 옮겼음 .